이 기사는 12월 20일 17: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역대 최대인 5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상환 압박이 커졌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 등 기업의 회사채 조달여건 지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내년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역시 최대인 공사채가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AA-등급 회사채(3년 만기 기준)의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격차, 시가평가 기준)는 0.672%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2일(0.681%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지난달에 0.5%포인트대까지 좁아졌던 신용스프레드는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부도 위험이 늘고, 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사태로 전반적 투자 심리가 움츠러든 영향이 컸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49조8212억원에 달한다. 반기 기준 최대다. 분기별로 보면 내년 1분기에 26조6175억원, 2분기에 23조2037억원의 물량이 만기도래한다. 회사채 차환 물량이 적잖은 데다 신규 발행 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기업 자금조달 작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여천NCC를 비롯한 석유화학업체들의 신용리스크가 불거진 것과도 맞물린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이달 11일 여천NCC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0(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여천NCC가 발행한 회사채 7050억원 조기상환(기한이익상실) 우려가 번졌다. 이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700억원어치는 기업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강등될 경우 조기 상환하는 조건이 붙어서다. 여천NCC에 앞서 롯데케미칼도 회사채 2조450억원어치 조기상환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한전채를 비롯한 특수채 발행물량이 역대급으로 늘어난 것도 회사채 수급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5년 상반기에 특수채 51조7988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반기 물량 기준 역대 최대다. 연초에 몰리는 풍부한 기관 자금을 특수채 등이 적잖게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업들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40조원에 달하는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프로그램을 내년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2025년에도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회사채 투자자에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