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탐사 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두달여에 걸친 시추가 진행된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의 탐사 시추가 시작됐다. 정부가 지난 6월 이 해역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이후 약 반년 만이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자리 잡고 있다.
석유공사가 대외적으로 첫 탐사시추 해역의 좌표를 공개한 적은 없다.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첫 탐사시추 해역은 북위 35도52분57초, 동경 130도00분37초다. 가장 가까운 해안인 구룡포에서 동남쪽으로 약 42㎞ 떨어진 위치다.
시추선은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 대륙붕까지 시추공을 뚫은 뒤 시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시추는 약 40∼5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엔 물리 탐사로 추정했던 지질 구조를 실제로 확인해보는 작업으로, 이를 통해 다음 시추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석유, 가스가 대량 매장된 곳으로 기대되는 유망구조 7개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해역엔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까지 쓸 수 있는 양이다.
시추 작업 종료 후에는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시추에 성공할 확률을 20% 안팎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 사업이 윤석열 정부의 대표 사업처럼 여겨지면서 민주당은 505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98%(497억2000만원) 깎았다. 정부 예산으로 절반을 확보하고, 나머지를 한국석유공사가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온전히 석유공사 부담이 됐다.
정부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성공률이 낮지만 한번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자원 개발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최소 5번 이상의 시추가 필요하다 보고 있다. 시추엔 회당 1000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5번의 시추가 이뤄질 향후 수년 간 약 500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한 것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는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