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본회의를 긴급 소집해 계엄 해제를 이끌어낸 우원식 국회의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 신뢰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까지 발표되면서 “우 의장이 대권 도전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우 의장은 19일 국회의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본관을 찾아 이창용 총재와 약 40분간 면담했다. 우 의장은 “계엄 사태로 자본 유출이나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대비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총재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대외 소통을 강화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한은 총재를 만나 금융시장 안정 조치를 당부한 건 전례가 없다. 중앙은행인 한은은 독립적 기관으로, 금융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계엄 사태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하니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의 방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우 의장의 정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 의장은 전날 4개 경제단체 수장과 국회에서 만났고, 최전방 군부대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 ‘의장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우 의장은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를 기록해 이 대표(41%), 한덕수 국무총리(2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15%) 등을 앞섰다. 정치권은 우 의장의 대선 등판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