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내년 금리 인하 폭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경로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탄핵 정국으로 경기 부진이 심해지면서 최근 ‘1월 금리 인하설’이 제기됐지만,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 한국만 인하를 서두르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19일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로 Fed의 통화정책 완화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는 새 점도표에서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로 기존(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를 제시했다. 추가 인하폭은 당초 1.0%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만 빠르게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 이날 1451원90전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전날까지만 해도 내년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탄핵 정국으로 경기가 큰 부진에 빠질 위험이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를 통화정책의 중요 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Fed가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해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제시하면서 한은은 경기 부진과 환율 급등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한은이 1월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매파적 인하가 한은의 금리 동결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트럼프 리스크도 있는 만큼 1월에는 완화적 제스처를 보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3회 연속 인하는 경기 부진 시그널로 이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여부도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이 조기에 편성돼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면 금리를 낮춰야 하는 부담이 다소 줄어들 수 있어서다.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로 반영되고 있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7%포인트 오른 연 2.603%에 거래를 마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