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활에 없어선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남이 미처 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라.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1947년 LG그룹을 세운 구인회 창업주가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해온 ‘LG 정신’의 요체다. LG맨은 이를 ‘데이 원(Day 1) 정신’이라고 부른다. 남들보다 앞서 무언가를 시작한 ‘첫날’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의미에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이 증조할아버지가 주창한 데이 원 정신을 소환했다. 19일 공개한 2015년 신년사를 통해서다. 전 세계 27만 명 LG맨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구 회장은 “LG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를 의미하는 데이 원 정신을 토대로 최고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고객에게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없이는 상상 불가한 미래 세우자”구 회장이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의 키워드는 도전과 혁신이다. 해방 직후 빈손으로 시작한 사업을 77년 만에 매출 135조원짜리 초대형 그룹으로 키운 바로 그 비결이 인공지능(AI) 격변기를 맞은 지금 다시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 개막, 중국의 추격, 미국 빅테크의 약진 등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영환경을 이겨내려면 도전과 혁신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 회장은 “고객의 삶에 즐거움(樂)과 기쁨(喜)을 드리기 위한 LG의 도전은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영역에서 최초·최고의 역사를 만들었고, 고객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 차별적 가치로 발전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다져온 고객을 향한 마음과 혁신의 기반 위에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했다.
그는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때론 익숙한 방식을 벗어나야 하고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의 익숙함이 과거에는 혁신이었듯이 실패에 멈추지 않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ABC 사업 확대 ‘올인’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LG 미래사업의 방향을 좀 더 구체화했다. 구 회장은 AI와 바이오 사업에 대해 “AI와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해 소중한 시간을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고, 헬스케어와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테크 분야에 대해선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모두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리게 하고, 첨단산업 솔루션으로 고객이 고민의 벽을 넘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LG는 2028년까지 국내 투자액 100조원 중 50% 이상을 신사업에 집중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업보고회에서도 ABC 사업을 집중 점검하면서 내년에도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매진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도 신사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구 회장은 이날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