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하니…'부실 PF' 6조원 수면 위로

입력 2024-12-19 17:37
수정 2024-12-20 02:12
정부가 전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리해야 할 사업장이 최소 50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실 PF 사업장에 내준 전체 금융권의 익스포저(대출·보증 등)만 23조원에 육박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전체 PF 익스포저는 210조4000억원으로 6월 말(216조5000억원)보다 6조1000억원 줄었다.

구조조정 대상인 유의(C)·부실 우려(D) 등급 사업장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1차 평가(21조원)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났다. 금융권은 1차 평가 이후 4조5000억원 규모의 C·D등급 사업장을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했다. 새로 드러난 부실(C·D 등급) 사업장 규모는 6조4000억원에 달했다.더 늘어난 부실 PF…당국 "연내 9.3兆 정리할 것"
부실 23조 육박 전체 11% 수준…1차보다 늘어 정상화 산 넘어 산정부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들어가 매 분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부동산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PF ‘옥석 가리기’에 착수했다. 핵심은 유의(C)·부실 우려(D) 등급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 재구조화하거나 경·공매로 처분하는 것이다. ○토담대에 부실 집중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9일 발표한 지난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 PF 익스포저(210조4000억원)는 6월 말 1차 평가 때보다 6조1000억원 줄었다. 신규 추진 사업보다 재구조화되거나 정리된 사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정부의 구조조정 기조가 맞물려 작년 말 5000여 개에 달하던 PF 사업장도 4000개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1차 때 연체 발생 등 일부 사업장만 평가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사업장을 조사했다. 6월 말 기준으로 한 1차 평가에서 연체 발생 등 33조7000억원 규모 사업장을 점검한 것에 비해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C·D 등급 사업장 비율은 1차 9.7%에서 2차 10.9%로 올라갔다.

이후 금융권은 4조5000억원 규모의 C·D등급 사업장을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했다. 2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은 경·공매 등으로 처분했고, 1조7000억원 규모 사업장은 신규 자금 투입으로 재구조화했다.

구조조정을 마친 PF 사업장이 C·D등급에서 제외됐는데도 2차 평가에서 부실 사업장 익스포저는 오히려 1조9000억원 늘어났다. 이미 정리한 사업장(4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새로운 정리 대상 PF 사업장 채권이 6조4000억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C·D등급 여신을 PF 유형별로 보면 토지담보대출이 13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인허가 단계인 브리지론 4조8000억원, 착공에 들어간 본PF 4조5000억원 순이었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 10조9000억원, 저축은행 4조4000억원, 증권 3조8000억원, 여전 2조7000억원, 보험 7000억원, 은행 4000억원 등 순이었다. ○신디케이트론 2조원으로 확대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재구조화·정리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누적 9조3000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16조2000억원 규모의 C·D등급 PF가 정리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리 작업이 빠르게 이뤄져야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장 정리·재구조화가 완료되면 총 10만4000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2·3분기 신규 PF 취급액이 연속 15조원을 웃도는 등 PF 시장에도 자금 순환 흐름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보험업권이 함께 1조원 규모로 조성한 PF 신디케이트론이 내년 1분기께 소진될 것으로 보고 추가로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빠른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방 건설업체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27곳에 달한다. 서울(1곳), 경기(3곳)를 뺀 85%가 지방 업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로 드러난 부실 사업장 가운데 지방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선 지방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수요가 뒷받침돼야 사업장 정상화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와 비수도권 규제 완화를 병행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한종/강현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