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는 2027년부터 5년간 지역의 입주 예정 물량이 이주 수요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8년 전후로 경기 분당(성남), 평촌(안양), 산본(군포) 등에서 일시적 주택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는 유휴 부지에 이주지원주택 7700가구를 짓기로 했다. 시장에선 여전히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따른 ‘전·월세 대란’ 우려가 나온다. 택지지구 및 재건축·재개발 사업 일정이 밀리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정부 계획대로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주 물량이 더 많긴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기 신도시 단기 이주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영구임대 재건축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2032년 이후) 대책은 조만간 따로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선도지구 3만5897가구를 선정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의 닻이 올랐다. 이 물량을 철거·착공하는 2027년부터 매년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이주 수요는 3만4200가구다. 같은 기간 각 1기 신도시 중심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에 연평균 6만9900가구가 신규 공급(입주)된다. 민간과 공공 물량을 모두 합한 수치다. 전반적으로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물량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고양창릉과 부천대장 인근에서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일산(고양)과 중동(부천)은 이주 대란 우려가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분당은 사정이 다르다. 분당 인근 지역의 연평균 입주 물량은 1만9800가구로 이주 수요(1만2900가구)보다 조금 많다. 하지만 2028년엔 주택 수요 물량(1만2700가구)이 가용 물량(8600가구)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특별정비구역 지정 후 모든 단지가 2년 내 관리처분을 받는 경우를 전제해 계산한 값이다. 재건축 물량 20%의 관리처분 시점이 늦어지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28년과 2029년에 가용 물량이 수요 물량의 150% 이내에 불과해 전세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평촌과 산본도 2027~2029년 사이 주택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는 지역으로 꼽혔다. 국토부는 분당, 평촌, 중동에 이주지원주택 7700가구를 공급해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로 했다. 성남 중앙도서관 인근과 군포 당정 공업지역에 2029년까지 각각 1500가구, 2200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나머지 후보지 두 곳(각 2000가구)은 아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끝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입주 늦어지면 이주 차질”문제는 공공택지와 정비사업장 모두 인허가·보상 지연, 공사비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입주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신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당 등지는 외곽보다는 인근이나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상당해 선도지역 주변의 임대차 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성남뿐 아니라 과천, 용인, 광주 신규 단지도 분당 이주 수요를 흡수할 후보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분당 주민이 광주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적어도 2027년 입주 예정 물량은 착공했거나 99% 철거해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역별 주택 수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이주 물량 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선도지구 등 사업 속도 조절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날 광역교통 개선 대책도 내놨다.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완료되면 통행량이 하루 평균 246만 대에서 2040년 288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진 중인 35개 도로·철도 사업을 2035년까지 적기 준공하고, 주요 거점에 환승센터를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편의를 제고할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