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 2024 올해의 CEO]
“숫자로 성장을 말한다(We say growth in Numbers).”
메리츠금융그룹이 지난해 4월 ‘원메리츠(통합 지주사)’ 출범과 동시에 개편한 홈페이지 전면에 내건 슬로건이다. 통합 지주사 체제 이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꾸준히 추진해온 선진 주주환원책 또한 ‘시가총액 20조원 돌파’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1조98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7% 증가한 수치로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순이익 2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4조6935억원, 영업이익은 2조6779억원을 각각 시현했다. 총자산은 112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업계 최고 수준인 26.8%로 각각 집계됐다. 이 같은 역대 최대 실적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보험 손익과 투자이익을 극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 메리츠’ 전환 발표 이후 메리츠금융은 뚜렷한 진전을 보였다. 기업가치 제고 핵심 평가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우위를 기록했다. 메리츠금융의 올해 9월 말 기준 3개년 누적 TSR은 44%로 국내 지주사(16%)나 국내 손해보험사(19%)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TSR이란 주가수익률만이 아닌 배당소득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일정 기간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이다. 즉 메리츠금융에 투자한 주주들은 지난 3년 동안 투자원금 대비 연평균 44%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올해 1분기 ‘주주가 묻고 경영진이 답한다’는 콘셉트 아래 일반주주 질문에 주요 경영진인 직접 답변하는 ‘열린 기업설명회(IR)’를 도입하는 등 일반 투자자와의 소통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상장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실행 계획’을 공시했고 상장사 중 유일하게 연 4회 실적 공시 때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및 이행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A+ 학점을 부여한다”며 “주주평등 원칙을 천명한 메리츠금융을 모든 상장사가 배워야 한다”고 논평했을 정도다.
메리츠금융의 올 한 해 괄목할 성장은 ‘혁신 경영가’로 평가받는 김용범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적 경영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주와 메리츠화재 대표를 겸임하던 김 부회장에게 지주 대표만 맡기며 ‘원 메리츠’ 체제를 본격화했다. 대한생명, CSFB, 삼성화재 등을 거치며 채권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11년 메리츠금융에 합류하며 그룹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로 취임한 이후 기존의 관행과 기득권을 과감히 타파하며 조직 개혁을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메리츠화재를 업계의 강자로 재탄생시키는 초석이 됐다.
김용범다운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김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간 메리츠는 Dream, People, Culture, 첫 자를 딴 DPC를 원동력으로 성장해 왔다”며 “규모가 커지면서 경계해야 하는 것은 관료주의와 자족감이지만 여기에서도 DPC가 강력한 백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는 지금이 한층 더 레벨업 할 수 있는 단계”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규모의 비경제에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