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선 회장 "美 빅테크엔 한인 CEO 없어…울타리 넘는 네트워킹 필수"

입력 2024-12-18 18:35
수정 2024-12-19 00:44
“소프트웨어 회사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인재를 누가 추천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네트워크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입니다.”

안혜선 창발 신임 회장(사진)은 18일 “미국 빅테크가 시애틀에 몰려든 것도 우수 인력을 타사에서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이렇게 말했다. 창발은 시애틀과 밴쿠버 등 미국 북서부 지역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인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이뤄진 비영리단체(NPO)다. 안 회장은 내년 1월부터 2년간의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2014년 설립 당시 30여 명에 불과하던 창발 회원 수는 올해 등록 기준 1368명으로 45배 가까이 늘었다. 회원 대부분은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구글 등 주요 테크 기업에 근무하는 한인이다. 관련 전공 석·박사 대학원생들도 있다. 안 회장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절반 정도에 프로덕트매니저(PM), 디자이너,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고루 분포한다”며 “네트워킹과 지식 공유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의 우수 인재가 경쟁하는 빅테크에서 성공하려면 네트워킹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적잖은 메이저 빅테크 수장이 인도·대만계다. 안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도 ‘왜 C레벨까지 올라가는 한인이 없냐’는 질문이 줄곧 나왔다”며 “한인은 문화적으로 예의를 지키는 것에 익숙해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만 네트워킹하려는 경향이 강한 탓”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직급이 낮아도 과감하게 다가오는 사람을 환영하고 또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창발은 한인들의 ‘안전지대’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창발의 대표 활동은 주니어 회원의 커리어 패스를 상담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전문가 초청 콘퍼런스인 ‘창발 테크 서밋(CTS)’이다. 안 회장은 “좁은 한인 커뮤니티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고 구직·이직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안 회장은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전문가 간의 지식 교류가 개인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창발은 분기별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정기 세미나를, 개발자 등 소그룹별로 비정기적인 세미나를 열어 실무 지식을 공유한다. 안 회장은 “가령 클라우드 엔지니어라면 클라우드 영역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웹 개발이나 인공지능(AI) 분야를 귀동냥이라도 한다면 면접에서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만큼 지식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차원에서 회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국 게임 회사에서 수년간 일한 안 회장은 캐나다에서 컴퓨터과학으로 전공을 바꾼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안 회장은 “경력이 길진 않지만 창발에 더 기여하고 싶어 회장직에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시애틀=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