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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이 시장금리와 환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주식과 채권 등 달러화 자산이 블랙홀처럼 해외 자금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재정 악화, 정치적 불안, 통상 악재 등의 이벤트에 국채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의 환리스크 등이 급속히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까지 개입에 나서고 있다.
○그리스 수준으로 높아진 佛 금리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장중 달러당 6.21헤알까지 상승(헤알 가치 하락)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중앙은행(BCB)이 긴급 개입해 환율을 6.10헤알대까지 끌어내렸으나 달러 대비 환율은 여전히 연초에 비해 26% 급등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에 따르면 BCB는 이번 주에만 약 60억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았다.
헤알화 가치 급락은 좌파 성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확장 재정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미국 등으로 옮기고 있어서다. 브라질의 재정 적자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폴 맥나마라 GAM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브라질 정부가 차입금에 매우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어 지속 불가능한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달러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 역시 이날 달러당 1.43캐나다달러로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쇼크가 발생한 2020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주도한 재정 지출 확대를 거부하며 전격 사임한 탓이다. 프랑스도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끝에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끈 연립정부가 무너진 탓에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04%로, 10여 년 전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연 3.10%)와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더 위험해진 브라질 채권환율과 금리 불안은 미국 자산시장이 빠르게 글로벌 투자금을 흡수하며 변동성이 커진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후 과격한 보호무역 정책을 내놓자 불안감은 더욱 확산했다. JP모간의 신흥시장 통화지수는 지난 2개월 반 사이 5% 이상 하락했다.
신흥시장 투자 상품 위험도는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증시 보베스파지수의 올해 하락 폭은 헤알화로는 6%에 불과하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27%에 달한다. 브라질 국채 역시 수익률(10년 만기 기준)이 연초 연 10%대에서 이달 연 14%대로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고 환손실도 상당하다.
FT는 “환율이 수년 전부터 폭락한 아르헨티나와 튀르키예 정도를 빼면 신흥국 채권 투자자는 두 자릿수 금리의 이자를 받아도 환율로 대부분 손실을 봤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채권 투자 상품에서 140억달러(약 20조원)가 빠져나갔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프랭크 길 중동·아프리카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많은 신흥국이 달러 표시 채권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어 정부 부도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