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비싼데…중국인들 패딩 입자 벌어진 일 '초비상'

입력 2024-12-18 17:39
수정 2024-12-19 05:57

패딩 점퍼의 주요 충전재인 구스다운(거위 털)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구스다운 패딩 수요가 급증한 데다 공급마저 줄어든 영향이다. 중국에서 구스다운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패션업체들은 내년 패딩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스다운 120달러대까지 치솟아 1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구스다운(솜털80%·깃털 20%, 그레이 기준) 가격은 지난주 ㎏당 10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구스다운 가격은 작년 말 70달러 선에서 올해 초 1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8월 12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중국발(發) 조류독감 여파로 세계적으로 ‘다운 파동’이 일었던 2013년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이후 100달러 선으로 내려왔지만 이달 말 이후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구스다운 가격 급등은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패딩 제품 수요가 많아지면서 현지 패션업체들이 구스다운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인플루언서들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구스다운 패딩을 판매하자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패션업계의 구스다운 사용량은 전년 대비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구스다운 물량 선점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에선 최근 비싼 거위와 오리 고기 소비가 줄고, 닭과 돼지 고기 소비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물인 거위 털과 오리 털 공급이 감소했다. 중국은 전 세계 다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내년에도 고공행진 계속될 듯구스다운 가격 고공행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내 수요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년에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구스다운 패딩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고가에 물량을 확보한 국내 패션업체들은 내년 패딩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패션업체들은 통상 3~6월 중국산 다운을 매입한 뒤 제품을 생산한다. 한 아웃도어의류 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패딩 가격 인상폭이 한 벌당 몇 만원 수준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최소 10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스다운 가격이 치솟자 대체 충전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소재 업체 니피의 국내 협력 업체인 오쏘앤코는 니피의 구스다운(씬다운)에 식물 성분 고성능 섬유 ‘소로나’를 결합한 ‘씬다운 소로나’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다. 씬다운 소로나 가격은 기존 씬다운보다 40%가량 낮다. 미우미우, 톰브라운 등 일부 글로벌 럭셔리 패션업체가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기업의 구매 문의가 늘었다. 퍼시픽코스트코리아(PCK)도 신소재인 그래핀과 다운을 결합한 ‘그래핀 다운’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