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8일 16: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광화문 랜드마크 오피스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매각을 접었다. 비상계엄 직후 입찰을 진행한 결과 흥행에 실패한 데다 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FC 매각 자문사인 CBRE는 입찰에 참여한 코람코자산신탁 리츠부문, 코람코자산운용, 벤탈그린오크(BGO)에 매각 철회를 이날 통보했다.
SFC는 당초 흥행이 몰리며 3.3㎡당 4000만원인 1조5000억원까지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론 최고가 입찰액이 3.3㎡당 3300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각 예상 가격도 최대 1조2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GIC는 2차 입찰까지 받으며 입찰자들로부터 추가 가격 인상을 요구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머물렀다. GIC는 3.3㎡당 적어도 3800만원 이상을 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SFC는 GIC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3500억원에 인수했다. 연면적은 11만9646㎡(약 3만6192평)로 지하 8층~지상 30층 규모다. GIC는 올해 초부터 광화문 SFC 매각 여부를 검토해왔다. 국내 진출 이후 20년 넘게 부동산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GIC는 강남 역삼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등 굵직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왔다. GIC는 SFC의 싱가포르계 공유오피스 업체 저스트코에 입주해있다 규모를 늘리기 위해 올해 GFC로 사무소를 이전했다.
연말에 불확실한 정국까지 겹치며 입찰에 참여하는 운용사들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피스 인수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예상해 밸류에이션을 낮게 적용 중이다. 시중에 부동산 에쿼티 투자용 블라인드 펀드의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투자금)가 말라 있는 데다 언제든 부동산 대출 금리가 다시 뛸 수 있어서다.
SFC 뿐만 아니라 중심업무지역(CBD) 매물도 속속 매각을 접고 있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은 퍼시픽타워 매각을 철회하고 펀드 만기 연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비상계엄령 이튿날인 지난 4일 입찰을 받았지만 원하는 수준의 제안을 받지 못한 결과다. 퍼시픽타워는 연면적 5만9500㎡(1만7998평), 지하 7층~지상 23층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페블스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주택도시기금 자금을 유치해 약 4300억원에 이 오피스 자산을 매입한 뒤 펀드 만기를 앞두고 매각을 타진해왔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