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에서 가장 빛난 최고경영자(CEO)를 꼽으라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꼽는 이들이 많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며 ‘위기설’에 휩싸인 것과 대조적이다.
정 회장의 주도 아래 현대차는 올해도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톱 완성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최근의 활약상을 놓고 보면 이 같은 현대차의 목표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세계 1위는 도요타그룹, 2위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현대차(기아, 제네시스 등 포함)는 그 뒤를 이어 3위를 기록 중인데 올해 폭스바겐과의 격차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은 539만5000대다. 2위인 폭스바겐그룹(652만400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으나 빠르게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폭스바겐을 앞지르고 도요타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08조9081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21조3681억원에 달한다. 폭스바겐의 경우 3분기 누적 매출은 2372억7900만 유로(약 356조원)로 현대차를 앞섰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현대차보다 약 2조원 뒤진 129억700만 유로(약 19조4000억원)를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현대차가 매출과 판매량에서도 폭스바겐을 앞지르는 건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의 무서운 성장의 중심에는 정 회장이 있다. 2020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끊임없는 혁신을 이뤄냈다. 특히 정 회장은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전기차 개발에 큰 투자를 단행했다. 예컨대 정 회장은 취임 후 ‘모터’가 아닌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연구개발(R&D) 끝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빠르게 구축하며 경쟁사들보다 빨리 혁신적인 내·외관의 전기차를 만들어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E-GMP를 통해 생산된 아이오닉5, EV6 등의 전기차는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전 세계 유력 매체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현대차의 뛰어난 전기차 기술력이 널리 알려지는 효과를 내며 미래차 시장의 강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도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개선된 성능의 차량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판매 상승세를 이뤄냈다. 정 회장의 주도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현대차로 대거 스카웃한 결과다.
전망도 밝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인도에서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약 190억 달러(26조4822억원)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인도 IPO 역사상 최대인 33억 달러(약 4조6008억원)를 조달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 자금을 앞세워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인도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차가 인도에서의 판매량을 더욱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할 경우 폭스바겐을 넘어 도요타의 아성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