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소유권과 책임 [마스턴 김 박사의 說]

입력 2024-12-18 11:13
이 기사는 12월 18일 11: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도가 변경되는 시점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물리적 현상으로 측정되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지는 않겠지만 12월은 반성과 새로운 계획 수립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야말로 기본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에 최적이기에, 기본 원칙에 집중하자.

현대사회에서 부동산을 구매하면 내 것이 된다. 개인이나 기관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생경한 측면이 있다. 강물, 공기 등 자연물의 소유권 인정은 사실 제한적이다. 예컨대 바다는 사적 소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바다 위의 섬, 바닷가 해변은 소유가 가능하나 바다는 오직 국가만이 소유할 수 있다. 강물, 지하수, 공기 등의 자연물은 가공을 통한 상품만이 사적 소유를 허용한다. 토지는 가공 이전의 자연물 즉 임야, 산 등 그 자체로도 사적 귀속을 허용한다. 어찌 보면 부동산이 가장 폭넓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자연물이다.

거래 과정에서 국가의 개입도 부동산만의 특징이 있다. 광물의 채굴도 인허가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환경 규제 또는 우라늄, 금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험관리 차원이며, 일단 채굴권을 확보하면 사적 거래를 통해서 소유권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으며, 그 거래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개입은 거의 없다. 부동산은 사인 간 또는 국가와 개인 간 거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자가 자기 소유물이라고 법적으로 등록해서 국가기관에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즉 사적 재산이 되는 과정에 사회 제도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통제하는 부동산 거래이나 그 소유에 대한 정부의 인증은 역설적으로 공신력이 없다. 등기부등본은 국가 기관의 문서임에도 공신력은 없으며 공시력만을 인정한다. 포함된 정보는 사실임을 확인하나 빠져 있는 정보가 없다는 완결성, 정보가 최신이라는 보증을 국가가 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한국에서 등기부등본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고 문제가 발생하여도 국가는 배상 책임이 없다.

국제법에서 부동산을 일정 기간 점유하여, 주거 또는 농사를 지으면 원소유자도 쉽게 내쫓을 수 없다. 그리고 일정 기간 이상 점유 상태를 유지하면 점유한 사람이 부동산의 소유권도 확보가 가능하다. 물론 한국의 민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즉 타인의 부동산이라도 남들이 다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통상 20년 점유를 하여 취득 시효를 완성하면 소유권을 가져올 수 있다. 국가가 통제하는 권리임에도 점유를 통한 소유를 허용하는 역설이다.

이것은 토지의 소유권 확보의 역사성에서 비롯된다.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부동산의 소유권 확보는 점거가 기원이다. 농경지의 개간, 폭력적 침탈에서 최근의 거주 인정 등 점거 즉 타인의 배제가 부동산 소유권 인정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연물인 토지에 대하여 타인의 접근을 막는 배타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문자 그대로 이동이 불가하며, 극도로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토지의 독점적 이용이 즉 다른 사용자의 배척이 가치 창출의 유일한 방법이다.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 오피스는 소유권의 공유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근원으로 가면 위워크가 우선 건물의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고 이를 분할해서 판매하면서 추가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역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왕권이 확립되면서 부동산은 국가 또는 왕이 소유하는 자산이며, 해당 권리를 귀족이나 관료들에게 하사하였다. 동서양 모두에서 꽤 오랜 시간 토지의 소유권은 독점적 사용권, 토지에 대한 판매와 이양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부동산 또는 좁은 의미로는 토지에 대한 지배권까지 부여하였다. 소유한 토지 내에서 토지 소유자는 사회적 권력까지 위임받았다. 즉 토지의 소유권은 인류 역사에서 신분제도이며 통치 시스템의 일부였다.

근대 사회 시스템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수행한 프랑스 대혁명에서 첫 번째 국민공회가 최우선으로 진행한 혁신이 영주의 지배권 폐지였다. 즉 부동산의 소유권을 정치 시스템에서 경제 시스템으로 역학을 분리하였다. 이후 서양 근대 시스템은 토지에 대한 여러 가지 퇴행과 진화를 거듭하여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부동산도 가공물과 자연물을 구분하여 토지와 인공물의 권리를 세분화하였다. 여전히 부동산 소유권을 확보하면 독점적 사용권, 권리의 거래와 상속이 가능하지만,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서 부동산의 재산권 행사는 제한된다.

부동산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 122조에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토지공개념은 사실 정치적 이념과도 무관하다. 헌법 122조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조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의 토지공개념 3법이 등장했다. 1997년 보수적인 정당의 대선후보가 제시한 정치 공약이 일정 소득 이하 노동자의 근로소득세 폐지, 생계형 자영업자의 근로소득세 폐지, 다주택 보유자의 부동산 중과세였다.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도입됐다.

헌법 122조에 기록된 것처럼 국토는 국민 모두의 생활과 생산의 기반이다. 부동산의 투자와 이용은 단순한 이윤 활동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배권에서 분리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이 떠도는 건, 그만큼 부동산의 소유권 행사가 그 연관된 이해관계자의 생존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이용과 개발은 윤리, 도덕적 책임의 인식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극도로 제한된 자원의 배타적 사용이기 때문에 효율성, 효과성, 작게는 해당 주변 지역, 크게는 커뮤니티의 발전과 보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자산운용사, 시행사, 시공사 등은 참여자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