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8일 14: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국제약이 자회사 동국생명과학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대주주의 보호예수를 우회한다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동국제약 등이 출자한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동국생명과학 지분에 대해서도 자발적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최대주주 등이 상장 과정에서 보호예수를 회피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은 가운데 불필요한 논란에 선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FI 보유 지분 중 최대주주 몫에도 보호예수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과 권기범 동국제약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동국생명과학 공모 과정에서 보유 지분 62.49%(공모 후 지분율)에 대해 6개월간 보호예수를 약속했다.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른 의무 사항이다.
동국생명과학 지배구조는 권기범 회장→동국헬스케어홀딩스→동국제약→동국생명과학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동국생명과학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조합을 통해 보유한 주식 가운데 동국제약 등이 조합에 출자한 지분율에 해당하는 주식에도 자발적으로 6개월간 보호예수를 걸었다.
라이프밸류업사모투자합자회사(라이프밸류업)는 동국생명과학 주식 314만2900주(19.65%), 에이스디티알신기술투자조합1호(에이스디티알1호)는 주식37만6770주(2.3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동국제약 등이 출자한 지분율에 해당하는 65만8364주(4.11%)에 대해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한국거래소가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하여 의무 보유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주 등에 해당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된 동국헬스케어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전후로 동국제약 등은 라이프밸류업과 에이스디티알1호 등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조합이 다시 동국생명과학에 투자하면서 지금의 주주 구성이 만들어졌다.
두 투자조합은 모두 디티알파트너스와 연관된 곳들이다. 에이스디티알1호는 디티알파트너스와 에이스투자금융 등이 함께 만든 투자조합이다, 라이프밸류업의 경우 디티알파트너스가 위탁운용사(GP)다.
디티알파트너스는 2018년부터 진행된 동국제약 그룹 재편 과정에서 도우미 역할도 했던 곳이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를 지주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동국제약이 디티알헬스케어사모투자합자회사에 1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해당 RCPS 콜옵션을 동국헬스케어홀딩스 및 오너일가가 확보해 동국제약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 활용한 바 있다.
이들 투자조합 외에도 동국제약은 디티알비전사모투자합자회사에도 출자해 지분 약 25%를 보유하는 등 디티알파트너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디티알비전사모투자합자회사는 이번 상장을 앞두고 올해 3분기에 청산됐다.
불필요한 논란 사전 예방한국거래소는 상장 예비 심사 과정에서 동국제약 측에 재무적 투자자인 투자조합이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도 자발적 보호예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약 역시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대주주와 동일한 6개월의 의무 보호예수를 건 배경이다.
상장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우회 논란은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이슈다. 경영권 안정 및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최대주주는 상장 직후 의무적으로 6개월 이상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만큼 우회 창구를 찾으려는 유인이 크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측근 인사들이 설립한 사모펀드(PEF)를 통해 상장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주주 간 계약을 맺어놓고 상장 과정에서 이를 숨겨 뒤늦게 위법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21년 크래프톤 상장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도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유한회사 벨리즈원을 통해 구주 매출에 나섰다. 당시 정확한 지분율 등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유한회사의 경우 주주 구성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활용했다는 꼬리표가 달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이익보다는 순조로운 증시 입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상장사로서 내딛는 첫발부터 평판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