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을 늘리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술 발전을 통해 ‘디지털 노동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17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레지스호텔. 취재진의 환호 속에 긴 머리를 뒤로 넘기고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에이전트포스 2.0’은 디지털 노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이 능동적으로 변화해나가며 노동력의 부족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적인 AI"
세일즈포스가 이날 공개한 AI 비서 에이전트포스 2.0은 그의 말처럼 AI의 능동성을 대폭 강화했다. 직전 모델인 에이전트포스 1.0 공개로부터 불과 3개월 만에 나온 모델이다. 아담 에반스 세일즈포스 AI 담당 부사장(EVP)은 “100% 인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코파일럿 기능은 충분하진 않다”며 “문제가 생기기 전 스스로 미리 조처하고, 고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동적인 비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일즈포스는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 기능을 강화했다. 이날 에반스 부사장은 자사 고객사 중 하나인 글로벌 인력개발 기업 아데코그룹의 채용 과정에서의 에이전트포스 활용 사례를 시연했다. 에이전트포스가 구동된 인터페이스에서 ‘새로운 비서 생성’ 버튼을 누른 뒤 ‘너는 채용 담당자야. 후보자들에게 이메일로 연락해서 자격 요건 서류를 수집하고 인터뷰 일정을 잡아.’라고 입력하자, 에이전트포스는 관련 업무를 모두 수행한 뒤 스스로 시키지 않은 자격 요건을 만족하는 후보자를 추려 보여줬다.
아직 명령어가 아예 필요 없는 단계는 아니지만 명령어 이상의 결과물까지 보여준 셈이다. 그렉 슈마커 아데코그룹 AI 담당 수석부사장은 “에이전트포스는 24시간 연중무휴 운영되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들은 의미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채용 과정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직전 모델과 비교해 자사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대폭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세일즈포스가 2020년 인수한 업무용 툴 ‘슬랙’이다. 이날 세일즈포스는 다음달부터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슬랙에서도 에이전트포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사용자들은 슬랙 내에서 반복 작업의 자동화, 일정 관리, 메일 보내기 등의 작업에 에이전트포스를 활용할 수 있다. 데니스 드레서 슬랙 CEO는 “업무 환경에 ‘온디맨드’ 전문가를 두는 효과가 있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MS 또 저격한 베니오프
이날 베니오프 CEO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비서 ‘코파일럿’을 비판하며 또다시 MS를 저격했다. 그는 “MS 웹사이트에서 코파일럿이 어떻게 자동화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려 해도 전혀 찾을 수 없다”며 “2년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9월에도 “MS 코파일럿은 고객들에게 아무런 가치를 주지도 못한다”며 “과거 ‘클리피(Cliffy)’처럼 사용자에게 혐오감을 주는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클리피는 1990년대 MS가 워드 프로세서상에서 사용자들에게 팁을 주는 목적으로 선보인 애니메이션 클립인데, 많은 사용자로부터 도움보다는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날 선 비판은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시장과 기업용 협업 툴 시장에서 맞붙고 있는 MS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현재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CRM 시장에서 21.7%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MS가 5.9% 점유율로 바로 뒤를 쫓고 있다. 여기에 슬랙이 오랜 시간 갖고 있던 글로벌 업무용 협업 툴 시장에서의 1위 자리를 MS 팀즈에 빼앗긴 것도 세일즈포스 입장에선 뼈아픈 일이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CRM 시장 장악력을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베니오프 CEO는 “에이전트포스를 찾는 수요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며 “이처럼 완벽한 기업용 AI 솔루션은 없다”고 자신했다. 또 올해 매출 380억달러(약 54조5000억원)를 달성할 것”이라며 AI 제품 개발을 위해 2000명의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