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핵과 트럼프의 '2중 위기'

입력 2024-12-17 17:42
수정 2024-12-18 00:19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는데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전에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벌써 세 번째 경험하는 탄핵 국면이지만, 그 불확실성의 스케일과 파장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불확실성과 위기는 복합적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국제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극대화한 위기 끝판왕 격인 ‘퍼펙트 스톰’이다. 먼저 탄핵 사태의 핵심은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 개인의 온전치 못한 판단이 초래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6·25전쟁 이후 초고속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누적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이념적 양극화가 증폭하고 이런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 구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회주의 정치집단이 확대된 결과다.

이에 더해서, 스스로 ‘관세맨’이라고 부르는 트럼프의 재집권이 초래할 국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이미 환율 등 국제 경제 변수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불확실성을 일부 제거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계속 불안한 모습이다. 이는 트럼프가 예고한 모든 교역상대국에 10~20%, 중국엔 60%,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25%의 관세 부과가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임을 반영한 것이다. 단순히 대미 수출에 미치는 단기 충격이 크다는 수준을 넘어 중국 및 멕시코 등 해외 투자를 통한 글로벌 생산체계에 기반한 한국 산업구조에 미칠 중장기적 파장이 전에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예고된 관세 부과 ‘협박’이 트럼프의 전형적인 협상술의 하나로, 유리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엄포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또 향후 추가로 15%로 인하하고, 소득세 인하 등 부자 감세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의 결과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5%에 달했고, 연방정부 채무는 GDP의 100%를 웃돌아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렇게 고삐 풀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위기를 해소하는 트럼프의 유일한 해법은 파격적인 관세율 인상을 통한 관세 수입 확대다.

물론 관세율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이자율 상승 압력과 환율 절상으로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에게 이런 장기적인 부작용은 관심 밖의 일이다. 단기적인 정치적 지지율에 목숨을 거는 트럼프는 예고된 관세 인상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이미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발 불확실성 위기를 헤쳐나갈 유일한 해법은 트럼프의 향후 행보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국제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고삐 풀린 말처럼 보이는 트럼프라고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협정(WTO)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 복원에 유럽연합(EU) 등 다수 주요국이 동의하고, 구체적인 복원 노력이 진행되면 고립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협상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국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출발점은 국내 탄핵 정국의 조속한 마무리와 안정화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및 이념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 통합 노력이다. 사회적 갈등 구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회주의 정치집단을 솎아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한 번 더 힘을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