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의 변호인

입력 2024-12-17 17:44
수정 2024-12-18 00:21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 대표를 맡는다. 그는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냈다. 정부 고위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승인을 받아 대형 로펌에 합류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개인 변호사로 돌아갔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은 명암이 뚜렷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시환 전 대법관, 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 변호사 등 말 그대로 호화군단이었다. 반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은 고향인 구미 출신이란 점 외엔 인연이 없던 이중환 변호사 등 4명이 맡았다. 대부분 무명이고 고위직 법조인 출신도 없었다.

미국은 전문성이 우선이다. 2023년 기밀문서 은닉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의 실력파 형사 전문 변호사 토드 블란치를 영입했다. 여기에 지방검사 출신 수전 네첼리스, 조 타코피나 등 전문성을 앞세운 화려한 변호인단을 ‘방패’로 삼아 재판 과정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재판받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보스턴의 형사 전문 세인트 클레어가 변호를 맡았다. 당초 변호를 위해 백악관에 합류한 프레드 버즈하트 국방장관 법률보좌관이 ‘사법방해죄’ 혐의를 우려해 외부의 유명 변호사를 영입한 결과다.

대통령 변호의 성패는 결국 판결에 달렸다. 닉슨은 대법원의 만장일치 유죄 판결로 결국 사임했고, 트럼프는 지난달 대선 승리로 사실상 면책받았다. 하지만 판결 결과가 변호인의 인생까지 좌우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선 대통령 변호인들이 이후에도 변호사로 활약하는 등 개인적 리스크는 크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정치색이 씌워지면 법조인 활동 자체가 제약받는 분위기다. 그나마 정치계 입문의 발판이 되면 성공적인 경우다.

대통령 변호인은 법리와 정치가 교차하는 자리다. 이번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고위직 출신인 김홍일 전 위원장의 선임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아니면 무위에 그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허란 사회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