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축제의 한 부분 같아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윈터페스타’ 축제를 즐기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온 클로이 씨(22·여)와 애슐리 씨(21·여)는 기자에게 “시위 하면 보통 방화, 약탈을 떠올리는데 이곳에선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마음 편히 보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주최로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서울윈터페스타는 지난해 740만 명이 방문한 초대형 겨울 축제다. 올해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광장 한쪽을 시위대가 차지했지만 평화롭고 안전한 집회 문화가 이어지며 오히려 이색적인 체험 관광의 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축제로 승화된 탄핵 집회
이날 광화문에서는 레이저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쇼 ‘서울라이트 광화문’이 펼쳐졌다. 양정웅 서울윈터페스타 총감독은 “매일 오후 6~10시 정각마다 광화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 등 각국 출신 작가들이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옆 동십자각 인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다시 만난 세계’ ‘나는 나비’를 비롯한 민중 가요를 틀어놓고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체포” 등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신기하다는 듯 광화문 빛 영상과 시위대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번갈아 스마트폰에 담았다.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과 포토존 등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구름 떼처럼 모여들었다. 호주 타운즈빌에서 온 33세 동갑내기 부부 질과 리스 씨는 “닷새간 겨울 휴가의 마지막 날을 보내려고 이곳에 왔다”며 “유일한 단점은 날씨가 춥다는 것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즌2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테마 전시 공간도 인기 만점이었다. 관광객은 아파트 6층 정도 높이의 대형 ‘영희’ 모형을 뒤로한 채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청계천에서는 240여 개 조형물이 즐비한 서울빛초롱축제가 한창이었다. 거센 바람에 독수리 연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서울시 상징인 해치 모양 네온사인이 번쩍였다. 흐르는 물길에 형형색색 물고기 떼가 움직이는 영상이 투영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울시는 ‘안전 행사’ 강조이날 축제 점검 차원에서 현장에 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행사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시는 국회 탄핵 표결(14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당초 예정한 개막식을 취소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 퍼레이드도 내년 1월 5일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사장엔 종합상황실과 함께 응급 환자를 대응하기 위한 진료 부스도 마련했다. 오 시장은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에서 청계천 일대를 돌며 외국인 관광객을 향해 “서울은 안전하니 마음껏 축제를 즐기시라”며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국 언어로 인사를 건넸다.
19일부터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쇼가 열리고, 28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는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총집결하는 ‘서울콘’ 행사가 개막한다. 올해 마지막 날엔 종로 보신각 등에서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진행된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