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서울지하철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노사 간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사진)이 17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재작년, 작년과 달리 ‘무파업’으로 끝난 올해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사 노사는 지난 6일 예정된 총파업 개시를 4시간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하루 앞서 총파업에 들어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동조합도 추진 동력을 잃고 닷새 만인 11일 업무에 복귀했다. 덕분에 주말인 14일 서울 여의도 탄핵 집회에 참여한 시민 수백만 명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백 사장은 협상 전권을 위임하며 힘을 실어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지원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총파업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초 예정된 인도·말레이시아 출장을 취소하려 했지만 오히려 사측 교섭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이를 다시 번복했다. 물론 이후 터진 비상계엄 사태로 오 시장의 국외 출장은 ‘없던 일’이 됐다.
백 사장은 “재작년과 작년엔 임금 인상률이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해 총파업을 막기 어려웠지만 올해는 시를 설득해 상한선(2.5%)에 해당하는 인건비 재원을 확보하면서 노조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 비상열차 투입 등 신규 사업에 소요되는 정책 인건비를 늘리는 식으로 시의 양해를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 핵심 요구사항인 ‘2호선 1인 승무제 철회’와 ‘630명 신규 채용’을 수용한 것은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백 사장은 “2인 승무제로 운영 중인 1~4호선은 5~8호선보다 승객이 훨씬 많고 굴곡 구간이 적지 않아 승무 인원을 무리하게 줄이는 데 따른 리스크가 컸다”며 “신규 채용도 정년 퇴직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연 700여 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일부 노조 간부의 무단결근 등 일탈 행위를 두고서는 “지난 정권 10년의 유산과 같은 것”이라며 “현재는 관련자 처벌과 함께 제도 개선이 완료됐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