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이 역대 최대인 17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작년보다 줄어든 데다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를 인상해 이자이익이 증가한 결과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4분기 누적 합산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14조9279억원)보다 1조9966억원(13.4%)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 총액은 2020년 11조7677억원에서 기준금리 상승과 대출자산 증가에 힘입어 2022년 15조5309억원까지 불어났다. 작년엔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비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때문에 14조9279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지주의 4분기 실적이 작년보다 대폭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4대 금융지주의 올해 4분기 합계 순이익 추정치는 총 2조4305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조3171억원)보다 1조1134억원(84.5%) 늘어났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의 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2554억원에서 올해 6768억원으로 16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5497억원에서 7343억원으로 33.6% 늘어나고, 하나금융은 4438억원에서 6212억원으로 40%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이 기간 681억원에서 3983억원으로 484.9%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엔 지난해 부실에 대비해 막대한 충당금을 적립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이유로 꼽힌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4조944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496억원) 대비 6056억원(10.9%) 감소했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동산·건설경기 침체에 대비해 회계상 추가 적립이 어려울 만큼 작년에 많은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올 4분기 충당금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가 이뤄진 점도 금융지주의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은 올 7월 이후 20여 차례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해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커졌다.
은행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4대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을 이유로 은행권이 올해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금융위는 내년에 시행할 ‘민생금융 시즌2’의 구체적 내용과 규모를 은행권과 조율 중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