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7일 09: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로 구성된 '4자 연합'에 물밑 대화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4자 연합을 지지하는 등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구도가 불리하게 형성되자 협상 시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형제 연합'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임 이사는 최근 4자 연합 측에 분쟁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를 요청했다. 임 이사 측은 대화 안건을 구체적으로 4자 연합 측에 밝히진 않았다.
임 이사 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임 이사는 분쟁을 일단락하는 조건으로 한미약품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 경영권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이사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은 북경한미약품의 중국 의약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4자 연합과 대립각을 세워온 임 이사가 돌연 협상 모드로 돌아선 건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승산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제 연합은 임시 주총에서 4자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지분 9.4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측의 대결 양상은 형제 연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ISS,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도 반대를 권한 상황이다. 임 대표가 이끄는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의 해임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 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다.
임 이사는 국민연금이 반대표 행사를 결정한 지난 13일 공식적으로도 한미약품 임시 주총 철회를 제안하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임 이사는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막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4자 연합 측은 임 이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 연합은 4자 연합 관계자를 상대로 배임,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에만 3건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이사가 고발 취하 등 화해를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양측의 협상 테이블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형제 연합이 분열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임 이사의 물밑 대화 요청과 임시 주총 철회 제안은 형제 연합의 다른 축인 임 대표와는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와 임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도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임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임 이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형제 연합에 균열이 생겼다면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4자 연합 쪽으로 더 기울게 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