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소문구역 11·12지구 사업이 1조60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마쳤다. 모집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올해 PF가 냉각되면서 '선임차', '선매입' 등 조건이 일반화된 가운데 드물게 이같은 조건 없이 PF 모집에 성공한 사례다. 주변에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본사와 JB금융그룹 본사가 입주하면서 도심업무지구(CBD)의 오피스 수요가 서소문 일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소문11·12지구 사업시행자인 시티코어는 14일 대주단과 1조6150억원 규모 PF 약정체결을 완료했다. 삼성SRA운용과 삼성화재, KB증권, 현대해상, 코람코자산운용 등 27개사가 대주단에 참여했다. 60개월을 만기에 선순위 연 6.0%, 중순위 8.0%, 후순위 12.0% 조건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앞 서소문구역 11·12지구는 2029년 지상 36층(최고 높이 176m) 연면적 13만7000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티코어는 2020년 8월 중앙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J 빌딩(서소문 구역 제11-1지구) 및 M 빌딩(서소문 구역 제12-1지구)을 매입했다. 삼성생명 소유의 철골 주차장 부지(서소문 구역 제11-2지구)와 CJ대한통운 사옥 부지(서소문 구역 제12-2지구)를 추가로 확보해 4개 지구를 하나로 통합했다. 지난달 초부터 PF 대주단 매입에 착수했다.
'선매입'이나 '선임차' 등 조건 없이 PF 모집에 성공하면서 자금조달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매입이나 선임차는 사업시행자가 착공 후 오피스를 매입하거나 착공 전에 임차인을 구해 대주단에게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2022년부터 PF 시장에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이같은 조건이 일반화되는 추세였다. 미국, 유럽 등에선 사용자를 미리 확정하고 특화된 건축을 하는 'BTS' 방식이 최근에서야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티코어 관계자는 "공실률이 저점을 찍고 다시 오르면서 '지으면 팔린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며 "선매각이나 선임차를 하면 준공 후에 비해 낮은 가격을 적용할 수 밖에 없어 개발이익을 일부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모집을 마친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도 한화그룹(A+)의 보증부 PF로 선순위 금리가 연 5.65%로 책정됐다. 한화그룹의 입주도 조건으로 걸었다. 'CBD 오피스 공급 과잉론'도 변수였다는 분석이다. CBD는 향후 5년간 매년 30㎡에 달하는 신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PF 조달에 성공한 배경으로 녹지와 건물 자체 컨텐츠가 꼽힌다. 이 구역 일대에 대규모 녹지공간이 들어선다. 서울시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적용해 높은 용적률(1200%)을 받았다. 서소문 11·12지구 동쪽과 서쪽으로 JB금융그룹 사옥으로 재개발 중인 동화빌딩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본사가 입주 예정인 서소문빌딩이 인접해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중인 세 구역에 통합적인 녹지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시티코어는 "빌딩 숲 사이에 협소하게 존재하는 녹지가 아닌 ‘도심 공원’으로서 일상과 업무 및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고층에 조성되는 펜트오피스와 스카이 어메니티 등도 특화했다. 고층부 2개층은 테라스를 짓는다. 한 층의 전용면적은 약 2310㎡ 크기다. 바닥면적이 넓고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임차사 수요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최상층 로비와 환승층 로비, 도심항공교통(UAM) 로비도 넣을 수 있다. 임차 수요에 따라 고급 호텔이나 고급 레지던스 등 용도 변경도 가능하다. 입주사로는 대형로펌과 금융사 등이 예상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