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하면서 일부 보수 진영 인사로부터 '배신자'라 비난받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배신자'라 칭하고 있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을 맹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내란, 쿠데타, 반헌법적 계엄에 찬성하는 사람들인가. 그런 점에서 배신자라고 하는 이 프레임은 말도 안 되고, 우리 스스로를 천박한 정치 집단으로 만드는 아주 나쁜 프레임"이라며 "이 프레임은 정면으로 깨부숴야 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한 대표가 탄핵에 대해 '찬성하자',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걸 가지고 배신자라니,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는 거냐"며 "그렇게 중한 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다니, 우리가 무슨 조폭이냐. 그걸 어떻게 감싸나. 그걸로 배신이라고 하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건, 8년 전에도, 지금도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떠올리며 "8년 전 탄핵에서 우리 당이 정말 괴멸될 위기에 처했고 보수 정치가 망할 위기에 처했지 않냐"며 "그러면 지난 8년간은 국민들한테 정말 사랑받고 지지받는 새로운 보수 정치를 위해 스스로 혁신하고 노력해야 했는데, 그걸 못 했다"고 했다.
이어 당을 향해 "당의 분열상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더 깊은 탄핵의 늪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본다"며 "한 대표가 그런(찬성) 생각을 갖고 있었으면 모든 걸 걸고 (반대) 당론을 막았어야 했는데, 민심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버렸다"고 했다.
한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 대표를 그만두는 거, 당 지도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해법"이라면서 "문제는 탄핵 찬성, 반대로 계속 싸우면 당이 너무나 쪼그라들 것 같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가결을 독려한 한 대표를 '배신자'로 부르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상휘 의원은 한 대표를 겨냥해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