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되고 LG TV 샀다"…美서 사재기 열풍 분 이유

입력 2024-12-16 10:36
수정 2024-12-16 11: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관세 인상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비축하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교체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시간 대학교의 최신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1가량은 내년 가격 인상을 예상하면서 지금이 주요 상품 구매를 하기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이는 한 달 전 조사에서 나온 집계치인 10%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고치라고 매체는 전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를 대폭 인상해 미국 제조업을 키우고,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매체와 인터뷰한 미국인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서둘러 비축하기 위해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60대 시민은 "트럼프가 취임하는 것을 대비해 지하실에 커피, 올리브 오일, 종이 타월 등을 최대한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계획이 노동 비용을 상승시켜 국내 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30대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는 대선 이후 새로운 물품을 사는데 1만2000달러(약 1700만원) 이상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히트펌프(8087달러), LG TV(3214달러), 데논 오디오 리시버(1081달러), 밀레 진공청소기(509달러) 등을 구입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상품 가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경제학자들의 제언을 인용해 관세 인상이 제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물가 상승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존스홉킨스대학 금융경제센터 소장인 로버트 바베라는 "사람들은 '앞으로 12개월 안에 TV를 사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가 '12주 안에 사야겠다'고 판단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