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오는 27일 헌법재판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헌재는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헌재는 16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 준비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확정했다. 변론 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토대로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고 통상 대리인이 참석한다.
헌재는 변론 준비 절차를 통해 검찰·경찰 등의 수사 기록을 조기에 확보한 뒤 신속한 심리에 나서기로 했다. 헌재에는 윤 대통령을 포함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등 탄핵심판 사건 8건이 계류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3건을 동시에 심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증거조사를 담당할 수명 재판관에는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선정됐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이 재판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 재판관은 강한 보수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와 진보 성향 재판관을 동시에 지정함으로써 증거조사 범위를 충분히 넓히고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헌재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주심 재판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정 재판관이 전자 추첨 방식으로 주심에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주심의 성향에 따른 탄핵 심판의 유불리를 따지는 여론이 일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변론기일은 재판장 주재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했다.
국회 몫 재판관 3명이 공석인 가운데서도 헌재는 “6명 체제로 심리와 변론 모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의 재판관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어 최종 탄핵심판 결정은 재판관 정원 9명을 다 채운 가운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헌재 앞에는 윤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이 모여들었다. 1인 시위에 나선 황순식 전국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은 “탄핵 인용으로 윤석열 정권이 파탄시켜놓은 여러 문제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약 300m 떨어진 운현궁 앞에서는 자유통일당 소속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회원 300여 명과 함께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민경진/정희원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