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6일 마이클 쿨터 전 레오나르도DRS 글로벌 법인 사장(사진)을 해외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국내 방위산업계에서 외국인 대표가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방산의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이 기업 인사에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쿨터 해외사업 총괄 대표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DRS,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대형 방산업체에 15년 넘게 몸담은 방산 전문가다. 2010~2013년 제너럴다이내믹스에서 글로벌 사업개발 부사장을 맡았고, 2013~2024년에는 레오나르도DRS에서 글로벌 법인 부사장, 사장 등을 지냈다. 기업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조지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수석부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민관 양쪽에 높은 이해도를 지녔다는 게 한화의 설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와 해외 사업을 이원화해 국내 사업은 손재일 대표가, 해외 사업은 쿨터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쿨터 대표의 해외 네트워크 및 전략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유럽, 중동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수주를 따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효자 수출품목인 K9은 미국 육군 차세대 자주포로 거론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다소 보수적인 방산 사업에서 해외 대표를 영입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등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쿨터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도 총괄할 예정이다. 최우선 과제는 한화오션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다. 한화오션이 집중하고 있는 미국 함정 MRO 시장은 규모가 연 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4월 미 국방부로부터 첫 일감을 따낸 뒤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미국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방산 시장은 미국 시민권자로 취업을 제한하는 등 해외 업체에 여전히 배타적”이라며 “쿨터 대표가 이 같은 장벽을 걷어내기 위한 미국 내 활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쿨터 대표는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 솔루션을 통해 자유 세계를 수호한다는 한화 방산의 비전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