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기업 수가 전년 대비 3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가 조정받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있어 ‘배당주 투자의 큰 장’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 배당 종목 수두룩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연말 예상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국내 상장 기업은 139개다. 지난해 4분기 주당배당금(DPS)을 이날 종가로 나눠 산출한 추정치다. 배당금이 늘거나 주가가 내리면 배당수익률은 올라간다. 연말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기업은 2021년 52곳에서 2022년 96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107곳으로 처음 100곳을 넘었다.
예상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은 현대엘리베이터(7.05%), 롯데지주(6.85%), 롯데쇼핑(6.65%) 등이었다. GS(6.20%), 제일기획(6.05%), 세아베스틸지주(5.99%) 등도 상위권에 들었다.
이들 종목은 주로 연말에 배당을 몰아서 하는 기업이다. 월배당을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향후 1년간 예상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종목이 수두룩했다. ‘TIMEFOLIO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는 8.65%였고 ‘PLUS 고배당주’(7.94%), ‘PLUS 고배당저변동50’(6.03%), ‘KOSEF 고배당’(5.42%)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건 최근 종목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무관한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조정받았고,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8배 이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리스크에다 계엄령 사태까지 겹치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투매를 이어간 영향이다.
이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배당주 투자의 매력도를 높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올해와 내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국내 상장 기업 757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163조774억원에서 올해 265조5948억원으로 62.9%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330조1783억원으로 올해 대비 2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금은 2019년 29조4206억원에서 지난해 40조9836억원으로 연평균 8.6% 늘었다. “밸류업 강화 계속될 것”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변수를 감안해도 밸류업의 중장기적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기존의 밸류업 흐름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매수 종목을 고를 때는 배당기준일이 언제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올해 금융당국이 “깜깜이 배당 투자를 없애겠다”며 배당기준일을 연말에서 연초로 바꾸도록 독려했고, 일부 종목은 배당기준일을 내년 3~4월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배당기준일인 종목은 이달 중순에 미리 매수해두는 게 좋다”며 “이달 둘째 주에서 셋째 주 사이가 균형 잡힌 매수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