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력증에 빠진 여당, 이런 식이면 미래 없다

입력 2024-12-16 17:41
수정 2024-12-17 07:0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146일 만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는 게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며 탄핵에 찬성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민 눈높이와 당 지지층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인간적 고뇌를 토로한 것이지만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당을 원만하게 이끌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는 한덕수 총리와의 공동 국정 운영 방안을 불쑥 들고나와 자기 정치에만 골몰한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여당 주류 의원들도 잘한 것 하나 없다.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시정연설 불참 등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가 되풀이될 때마다 비판 한마디 내놓지 못한 그들이다. 대통령의 자해적 계엄 선포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도 여당 중진들이다. 그럼에도 동료 의원들에게 탄핵 반대만 강요하고, 찬성 측 의원들에겐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에 급급한데 이는 민주적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단일 대오에서 벗어나면 탄핵 정국에서 보수가 궤멸할 것이란 ‘탄핵 트라우마’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계엄 정국 이후 탈당 당원이 6배 이상 증가하고 당 지지도(리얼미터 조사)가 민주당(52.7%)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게 집권당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이 영남과 서울 강남 중심의 이른바 ‘양남당’으로 주저앉으려는 게 아니라면 내홍을 수습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친윤(친윤석열)과 반윤이라는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 민생을 중심에 놓고 생산적 경쟁을 하는 형태로 체질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처럼 분당의 길로 가거나 집권 여당인데도 국가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22년 대선 후 벌써 다섯 번째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마지막 쇄신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