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과 손잡고 K패션의 일본 진출을 지원한다. 한·일 양국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K패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일본 내 판로 개척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와 조조타운의 특별한 인연이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는 조조타운 운영사인 조조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조 본사가 있는 일본 지바에서 열린 MOU 체결식에는 조 총괄대표와 박준모 대표, 사와다 고타로 조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이번 MOU를 시작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과 매출 확대를 위한 공동 활동을 하기로 했다. 조조는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일본 내 유통과 마케팅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일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인력 및 자원이 부족한 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 파트너로서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무신사는 지난 3~4월 조조타운에서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조조 측과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팝업을 통해 다양한 K패션 브랜드를 일본에 소개하고,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한정판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조 총괄대표는 “지난 2~3년간 무신사는 일본 패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거쳐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 왔다”며 “이번 MOU를 계기로 일본 최대 규모의 패션 e커머스 기업인 조조와 함께 국내 패션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본격적인 매출 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 초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쇼핑몰은 일본 조조타운”이라며 “무신사도 조조타운과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조는 1998년 전자상거래업체 스타트투데이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수입 음반 등을 주로 판매하다가 2004년 의류 전용 온라인 쇼핑몰인 조조타운을 론칭하면서 일본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무신사 역시 2003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출발했지만, 2009년 온라인 쇼핑몰인 무신사스토어를 론칭하면서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조조의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5744억엔(약 5조3600억원), 매출은 1970억엔(약 1조8400억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소프트뱅크그룹 계열 야후재팬이 조조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조조는 해외 명품 브랜드는 물론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취급하는 카테고리 범위가 매우 넓다”며 “‘한국의 조조’를 꿈꾸는 무신사로서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무신사는 조 총괄대표가 체결식 직후 사와다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무신사가 조 총괄대표 사진을 공개한 건 2021년 2월 이랜드월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내용으로 한 MOU를 맺은 뒤 3년10개월 만의 일이다. 조 총괄대표는 같은 해 6월 ‘남성혐오(남혐)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대표직에 전격 복귀한 뒤 5월 방한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환담에 참석하는 등 대외 활동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