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험 가입자, 100만명 넘어섰다

입력 2024-12-16 17:40
수정 2024-12-17 00:45
한국에 머물면서 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에 보험에 들지 않은 외국인도 상품에 가입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성장이 막힌 국내 보험사의 미래 먹거리로 외국인 보험이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보험 가입자 급증16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국내 체류 외국인의 보험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보험 가입자는 지난 3분기 말 103만2000명이었다.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말(66만 명)과 비교하면 약 4년9개월 만에 37만2000명(56.3%) 증가했다.

포화 상태인 국내 보험산업에서 외국인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입보험료 규모를 나타낸 보험침투율은 11.1%로, 전 세계 7위다. 이미 대다수 국민이 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로, 내국인 대상 보험 영업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인 보험 가입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11%에 달한다. 같은 기간 장기 체류 외국인의 연평균 증가율(2%)보다 훨씬 높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보험 가입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다. 외국인 보험 가입률은 9월 말 기준 51.3%로 내국인(88.3%)보다 크게 낮다. 아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잠재 고객이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국인 영업 강화하는 보험사국내 체류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국민건강보험과 민영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외국인이 주로 가입한 민간 상품을 살펴보면 상해보험(31%), 질병보험(18%), 자동차보험(14%) 등의 비중이 높았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신계약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치아보험(91%), 운전자보험(79%), 상해보험(76%)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설계사 A씨는 “국내 체류 외국인은 대부분 ‘3D’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수요가 크다”며 “내국인보다 치아 건강이 좋지 않아 치아보험도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외국인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고객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외국인 고객을 전담하는 영업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고, 삼성화재는 외국인 전용 금융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 한화, 교보, 신한, NH농협 등 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 DB, 메리츠, 현대, KB, 한화 등 6개 손해보험사의 외국인 설계사는 2020년 말 2189명에서 올해 5월 말 3395명으로 55.1%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 때문에 어떤 보험 상품이 있는지, 어떻게 가입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고, 고객이 먼저 상품 가입을 문의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