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지난 14일 가결된 후 첫 거래일부터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원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2원 오른 143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2원 내린 1431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1428원선까지 내렸다. 하지만 오전 10시께 상승세로 전환해 11시경 1438원30전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 폭은 다소 줄었지만 1430원 중반대에서 거래됐다.
환율이 소폭 상승한 것은 미국의 통화정책 흐름에 대한 예상과 관련이 깊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후 금리 경로에 대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발언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를 약화하는 요인이지만 향후 경로가 매파적으로 나올 경우 시장 기대가 변하면서 강달러가 당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정치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시장 흐름과 관련, "탄핵 심판이 종결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트럼프 정부 출범 전 대미 협상 창구 공백에 대한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당히 악화한 상황"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를 많이 하면서 달러 유출 요인도 늘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3원33전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기준가(937원31전)보다 4원2전 하락한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현재로선 동결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