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여야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선이 빨리 치러질수록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친명(친이재명)계인 만큼 당내 세력도 견고하다. 다만 변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 과정에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에게 최근 정계 요직 인물에 대한 개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6%로 1위였다. 신뢰하지 않는다(불신)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정치인 중 신뢰가 불신보다 높은 유일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신뢰한다는 의견이 41%(불신 51%)였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신뢰도가 15%(불신 77%)에 그쳤다.
야권 외곽 지대 잠룡들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14일 프랑스 르몽드와 긴급 인터뷰를 하고 “행정안전부가 도청을 봉쇄하라고 전화로 요청해왔다”며 “보고받고 즉시 거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비상계엄 이후 5일 조기 귀국했다.
여당의 셈법은 조금 더 복잡한 모습이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을 중심으로 그간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돼 온 한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탄핵에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며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탈당, 제명 절차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그는 당초 탄핵에 반대했지만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곤 입장을 바꿨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큰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방송에서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만 39세인 이 의원은 내년 4월 이후 대선이 실시되면 출마할 수 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