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격동의 시대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불확실성의 심화와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유선 전화기 보급률이 10%에서 90%가 되기까지는 약 73년이나 걸렸지만 1990년대 등장한 인터넷이 상용화되기까지는 20여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휴대폰의 대중화에 걸린 시간은 14년에 불과했다.
오늘날 디지털 혁신과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엔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과거 영국과 독일이 각각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과 기계 및 화학공업으로 세계의 기술을 주도했지만 밀려난 것처럼 신기술과 기술 강국도 영원할 수 없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인 만큼 엔지니어에겐 희망이며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도약의 기회다.
불확실성 시대에 도약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게임체인저로 기존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법과 기술로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언급한 기업들은 단순히 기존 기술의 의존보다는 AI, 클라우드 컴퓨팅,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적극 도입하고 확장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등극하는 데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혁신이 있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기술입국(技術立國), 인재입국(人材立國)을 국시로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에 국가 운명을 걸어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기술 한국의 브랜드가 된 K방산, 세계 시장을 석권한 가전, 자동차 등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 한국의 실현에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소·부·장 강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KF21 초음속 전투기 생산도 600여 개가 넘는 소·부·장 기업이 협업한 결과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 강국 유지가 어려울 만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공계 기피와 만연한 기술 경시 풍조를 타파할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술 한국의 미래는 없다. 기능 선진국은 말뿐인 기능인 우대보다는 기능인을 제대로 대우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은 기술 한국의 초석을 다지는 시급한 일이다.
50년산 위스키는 50년 전에 오늘을 준비한 혁신의 결과다. 기술 혁신도 마찬가지다. 씨를 뿌리지 않고 거둘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지금, 혁신의 골든타임에 달려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해나가기 위해서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