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관에 따라 취업규칙 개정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회사라면 이사회 의결까지는 개정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만 60세가 된 해인 2017년 3월 사회복지법인 B 재단에 3개월간 장년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6월 정규직 무기 근로계약을 맺고 센터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정년은 만 55세였고, A씨는 재단 동의에 따라 당시 정년 규정과 상관없이 근무했다.
하지만 B 재단은 2020년 9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만 64세로 높이고 이후 2021년 6월 만 64세가 된 A씨를 정년퇴직 처리했다. A씨는 "취업규칙 개정 당시 B 재단이 정관에 따라 거쳤어야 할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부당 해고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이사회가 뒤늦게 의결했지만, 취업규칙 시행일을 소급 적용했기 때문에 정년퇴직 처리에 문제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정년퇴직 시점인 2021년 6월 당시 개정 취업규칙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년 규정을 적용해 정년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상고심 재판부는 "정년 도달에 따라 근로관계가 당연종료됐는지 여부는 당연종료 여부가 다퉈지는 시점에 유효한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소급해 적용되는 정년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개정 취업규칙이 이사회 결의를 받은 2022년 3월 이후로는 A씨가 이미 정년을 지났으므로 정년퇴직 처리가 가능하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