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구속…검·경, 계엄 공모자 잇단 신병확보

입력 2024-12-14 15:18
수정 2024-12-14 17:16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의 신병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첫 구속한 데 이어 14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구속했다. 전날 검찰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을 긴급 체포했으며,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동시에 구속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국민과 부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방첩사 병력과 요원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하고,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권 인사를 체포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국회 봉쇄를 위해 대통령 경호 부대까지 투입하려 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국회가 신속 체포 결의안을 채택한 인물 중에서는 내란수괴로 지목한 윤석열 대통령 외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신병 확보가 남은 상태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구속) 10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적과의 교전상태가 아님을 알고도 국내 정치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 계엄사령관 추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참여 등 내란 모의에 적극 가담한 혐의다. 군의 국내 정치 관여 금지(헌법 제5조 2항)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7조 2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엄 당일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은 "오전 10~11시쯤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해당 주에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 정도를 편성해서 대기시켜라'는 첫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구속) 14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수사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최우선으로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달했다. 선관위 당직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서버실 출입을 통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체포) 검찰 특수본이 13일 긴급체포. 여인형 전 사령관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체포 시도, 국회 관계자 폭행, 기물 파손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4일 0시쯤 대통령이 전화로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서 '굉장히 복잡하고 우리 인원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증언했다.
◆ 조지호 경찰청장(구속) 1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조사에 따르면 계엄 발표를 앞둔 12월 3일 저녁 7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장악 기관' 등이 적힌 A4 문서를 전달받았으나 이를 은폐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6번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을) 다 잡아들여. 계엄법 위반이니까 체포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구속)1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함께 구속. 조 청장과 마찬가지로 계엄 발표 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해 계엄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은폐했다.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통제 조치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역사상 청장과 서울청장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조사 중) 국회 신속체포 결의안에 따르면 계엄 해제를 위해 모인 국회의원 체포 시도, 국회 관계자 폭행, 기물 파손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조사 중) 국회 신속체포 결의안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으로서 위헌·위법적 계엄포고령을 발표하고, 군 부대를 국회에 투입해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불법체포와 본회의 무산을 시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점령에도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소환조사 요청) 국회 신속체포 결의안에 따르면 치안사무 최종 책임자로서 국회 안전 확보 및 질서유지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국회경비대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해태한 혐의다. 국회경비대가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한 국회의원들을 저지하고, 불법체포를 위한 계엄군 진입은 저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란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