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또 한 번 진행된다. 관건은 국민의힘 이탈표다. 탄핵안을 발의한 범야권 국회의원 192명과 여권에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7명 외에 여당 내 찬성표가 더 나와야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운다.
앞서 7일 대다수 여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안철수·김예지 의원과 함께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던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여당 의원들의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건넨 그는 대형 팻말에 “이대로는 보수가 절멸한다. 보수의 배신자는 윤석열”이라며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계엄 해제를 간절히 바랐던 그때 그 마음으로 탄핵 찬성에 나서주실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적었다.
이날 김 의원을 마주친 조경태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여당 내 추가 이탈 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가 된 셈이다.
조 의원은 김 의원의 어깨를 툭 치며 “네 말이 맞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보수를 배신하고 국민을 배신했다”면서 “이 분이 배신자고 자기(김 의원)는 신념 있는 정치인이다. 힘내라”라고 격려했다. 김 의원도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윤 의원 반응은 180도 달랐다. 김 의원과의 짧은 설전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계엄) 잘못한 것 안다.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탄핵돼서 몇 개월 안에 선거 치르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난 내란죄에 동의 안 한다. 적어도 헌재(헌법재판소) 선고가 나올 때까지 유보하는 게 우리의 자세”라고도 했다. 이어 “(탄핵 반대는) 윤석열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미래와 후손들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시도한다. 앞선 7일 첫 번째 탄핵안과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대통령 지휘로 계엄군과 경찰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한 점,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령해 선관위 당직자 휴대폰을 압수하려 한 내용 등이 탄핵 사유에 추가됐다. 반면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윤 대통령 내외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 가치 외교, 재의요구권 남용 등은 빠졌다.
탄핵안 통과 가능성은 1차 표결 때보다 높아졌다. 지금까지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안철수 조경태 진종오 한지아 의원 7명이 탄핵 찬성표를 예고했다. 한 명만 추가되면 가결되는데 별도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으나 찬성표를 던지는 여당 의원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아울러 헌재는 최장 180일간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는 현재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 상태여서 한 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된다. 때문에 국회는 헌재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