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내린다는데 10년물 금리 5일째 상승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4-12-14 07:04
수정 2024-12-1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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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금요일>

브로드컴이 20% 넘게 폭등하면서 순식간에 시가총액 1조 벽을 돌파했습니다. 버크셔 헤서웨이를 뛰어넘어 시가총액 9위에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 전반은 이를 축하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주 미연방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도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일째 상승하면서 4.4%를 넘어선 게 증시에 부담을 줬습니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매그니피선트 7(Mag 7) 주식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금융 산업 에너지 소재 등 대부분의 주식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좁아진 시장의 폭, 급증한 마진 레버리지 등을 들어 강세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주가는 뉴욕 증시 출발과 함께 20% 넘게 뛰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내놓은 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고, 순이익은 23% 늘었습니다. 이는 월가 추정과 엇비슷했습니다. 그런데 AI 관련 매출은 220%나 증가했습니다. 실적보다는 혹 탄 CEO의 향후 AI 시장 전망이 월가 주가에 로켓을 달아줬습니다. 탄 CEO는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3곳(구글, 메타, 바이트댄스)과 AI 칩을 개발 중이다. 이들 각각의 업체는 2027년까지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100만 개의 맞춤형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그는 "향후 3년 동안 AI에서 기회를 본다"라며 이게 2027회계연도까지 600~900억 달러 매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보다 작은 또 다른 하이퍼스케일러 2곳(오픈AI와 애플)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월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였습니다.
▶키뱅크(비중확대): 210달러 → 260달러
▶캔터 피츠제럴드(비중확대): 225달러 → 250달러
▶로젠블랫(매수): 240달러 → 25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매수): 215달러 → 250달러
▶JP모건(비중확대): 210달러 → 250달러
▶번스타인(아웃퍼폼): 195달러 → 250달러
▶에버코어 ISI(아웃퍼폼): 201달러 → 250달러
▶트루이스트(매수): 205달러 → 245달러
▶TD 코웬(매수): 210달러 → 240달러
▶도이치뱅크(매수): 190달러 → 240달러
▶모건스탠리(비중확대): 180달러 → 233달러
▶UBS(매수): 200달러 → 220달러
▶파이퍼 샌들러(비중확대): 200달러 → 250달러
▶바클레이즈(비중확대): 200달러 → 205달러

키뱅크는 "강력한 AI 네트워킹 성장과 견고한 AI 맞춤형 칩 수요에 힘입어 좋은 가이던스를 내놓았다. 경영진이 2027회계연도까지 AI 칩 관련 SAM(서비스가 가능한 시장 규모)을 600억~9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62%를 뜻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번스타인은 "경영진의 AI 비전이 고무적이다. 현재 세 개의 고객으로부터 3년 뒤 600억~900억 달러의 AI 매출 기회가 있다고 밝혔고, 두 개의 새로운 고객과 함께 상승세를 강조했다. AI 이야기는 정말로 브로드컴의 것인 듯하며, 우리는 더 강력한 성장 가시성을 바탕으로 멀티플을 33배로 높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로드컴의 약진은 TSMC, ARM, 마이크론에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AMD에게는 악재였습니다. 브로드컴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들의 주가는 2%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한 팟캐스트(BG2)에 출연해 "칩 공급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2024 회계연도에는 확실히 그랬다. 그래서 2025년 상반기에 대해 낙관적이다. 2026년과 그 이후에는 더 나은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더 압박을 받았습니다. 칩이 잘 공급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더 많이는 필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주 오라클, 어도비는 실적이 월가 컨센서스를 밑돌았습니다. 이에 대해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AI 산업에 '삽과 곡괭이'(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예: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대규모로 진행됨에 따라 매우 강력한 수요를 보고 있지만, 이 모든 인프라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려고 하는 기업(예: 오라클, 어도비)은 이번 주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했다.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불일치를 가리킨다. AI 자본 투자에 대한 ROI(투자수익률)가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에 대한 지출이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은 기술주에 그리 운수 좋은 날은 아니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에 대해 '2025년으로 향하는 우리의 최고 선택으로 남을 것'이라며 목표주가 273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아이폰에 대한 단기 수요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데 이는 폭풍 전의 고요함을 나타낸다"라는 겁니다. 즉 2026 회계연도에는 판매가 가속하면서 자신들이 제시한 멀티플(2026 회계연도 EPS 8.52달러의 약 32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애플은 0.07% 상승에 그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버를 '2025년 최고 주식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최근 테슬라의 로보택시 개발, GM의 웨이모 포기 등으로 주가가 최근 6주 동안 15% 하락한 데 대해 "위험 대비 보상(risk-to-reward)이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우버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플레이션과 경쟁이 모빌리티 성장에 미치는 영향,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공급/수요에 미칠 영향 및 잠재적 산업 구조 변화와 관련된 우려에 얽매여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우버는 자율주행차 부상에도 불구하고 2024년 2월 제시한 목표를 계속 달성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버는 2.41% 내렸습니다.

나일스 인베스트먼트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Fed가 당분간 금리를 내릴 것(Fed에 맞서지 말라)이고 그런 뒤 완화 정책을 일시 중단하겠지만 그것은 1996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금리 인하를 중단하고도 연착륙을 완성해 1995~1998년 4년 연속 S&P500 지수가 20% 이상 상승했던 때처럼 시장에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내년에는 Mag 7 주식 성장이 둔화하리라 생각하고, 또 AI 붐을 소화하는 단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보유 5개 주식 상위에 항상 Mag 7을 포함했지만 올해는 그런데 아무 문제가 없는지 고민하는 첫해였다. 이들의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I 지출도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일스는 아마존을 제외한 Mag 7 대신 가치주와 소형주, 중형주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는 걱정도 나왔습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토마스 피터피 설립자는 X에 "지난 3개월 동안 우리의 마진 대출이 16% 증가했다. 솔직히 말해, 주가가 약간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약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본다. 주가가 하락할 때 너무 급격히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청산하게 되어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손실을 떠안게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그의 메시지가 월가에 회자되자, 피터피 설립자는 메시지를 지웠습니다. 그래도 캡처된 이미지가 계속 돌아다니며 시장 분위기를 짓눌렀습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시장이 너무 확대됐을지 걱정된다. 하락 전환은 매우 큰 위험이다. 마진 밸런스(마진 빚)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가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예방적인 조치를 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불안감은 금융주에서 감지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비롯한 은행 규제기관들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은행주에는 굉장한 호재인데요. 오늘 은행 업종은 0.28%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을 누른 또 다른 요인은 매일 이어지는 국채 금리의 상승이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20분께 7.5bp 뛴 4.399%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4.407%까지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번 주 5일 연속 상승했고요. 오름폭은 25bp에 달합니다.



사실 월가는 여전히 94% 확률(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로 다음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 낮출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된 11월 수입물가는 예상보다 조금 높은 전월 대비 0.1% 상승, 전년 대비 1.3% 상승으로 나왔지만, Fed의 물가 목표 2%에 못 미치는 낮은 상태입니다. 이번 주 나온 11월 소비자물가(CPI)는 예상에 부합했고, 생산자물가(PPI)는 조류독감으로 치솟은 계란 값을 빼면 나쁘지 않았죠.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1월 실업률이 4.2% 높아진 것도 고려해야 할 요인입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면 4.246%였기 때문에 0.004%만 높았어도 4.3%가 될뻔했습니다.



그런데 왜 시장 금리, 특히 장기 수익률이 거꾸로 오르는 것일까요. 이는 Fed가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인하할 것이라는 확신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너스 헨더슨의 대니얼 실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보다 구조적으로 더 높은 금리, 인플레이션 및 변동성 환경에 처해 있다. 채권 수익률 곡선이 여전히 상당히 평평하기 때문에 투자 방식 측면에서 곡선에서 더 멀리 벗어나는 데 주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익률 곡선은 우상향(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음)하는데, 곡선이 평평하다는 것은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의 차이가 거의 없거나 미미한 상황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적습니다. 게다가, 장기 채권은 금리가 변동할 경우 가격 손실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즉 장기 채권 투자로 얻는 이익이 제한적이며,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변동성이 커진 환경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의 도널드 엘렌버거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단 인플레이션이 식으면 기준금리는 낮아지고 채권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정확히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채권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연장(장기물 매수)하여 대비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기 때문에 장기 채권을 사라는 얘기죠.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2025년 투자전망에서 "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플레이션 감소로 인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계속 인하할 것이며, 현금에서 채권으로 전환해야 할 이유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선거 결과로 가능한 경제적 결과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우리는 Fed가 내년 초에 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확실한 것은 채권시장에서 변동성이 이어지리라는 겁니다. 찰스 슈왑의 콜린 마친 채권 전략가는 "시장이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과 약해진 노동 시장의 '밀고 당기기'를 지켜보고 있으므로 수익률의 변동성이 한동안 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뉴욕 증시에서는 S&P500 지수가 0.00% 보합세를 기록했고요. 나스닥은 0.12% 올랐지만, 다우는 0.20% 하락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는 나빴지만, 브로드컴(24.43%)과 테슬라(4.34%)가 폭등하면서 시장을 지켰습니다.



다음주에는 17일 11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발표되고요. 20일에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나옵니다. 소매판매는 이미 발표된 강력한 자동차 판매량을 기반으로 0.5%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PCE 물가의 경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이 전달보다 0.2%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사실 PCE 물가는 원래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요. 이번 주에는 17~18일 열리는 FOMC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김이 좀 빠집니다.



FOMC는 금리를 내릴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점도표와 향후 가이던스를 어떻게 내놓을지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다음과 같이 예상합니다.
-12월 FOMC는 25bp를 내려 금리 인하 사이클의 첫 번째 단계를 마무리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전망요약(SEP)에서는 내년에 금리를 평균 세 차례 내릴 것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완화적인 신호로 보이겠지만, 두 차례를 지지하는 그룹과 한 차례 또는 네 차례를 지지하는 소수의 의견이 포함될 것이다. SEP는 트럼프 정책의 충격을 많이 반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세 차례 인하가 실제로는 두 차례가 될 가능성을 뜻한다.
-중립 금리 추정치도 3.0%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제롬 파월 의장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데이터 의존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파월 의장은 회의 별로 선택권을 유지하려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분기별 1회 조정이 기본값이 될 것이다. Fed는 1월에 고용 데이터가 크게 약화하지 않는 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2월 금리 인하는 '매파적 인하'라기보다는 "비확약적 인하"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웰스파고는 이렇게 전망합니다.
-FOMC는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동시에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더디고 유입되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할 것이다.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차지하면서 2025년 경제 정책 전망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생겼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내부적으로는 활발한 토론이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추가 완화는 회의 두 번에 한 번꼴의 속도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점도표에서의 2025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 추정치는 지난 9월보다 25bp 상승하여 3.6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최근의 견고한 데이터 등을 고려하면 50bp 높은 3.875%가 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중립 금리는 3.0%로 상승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FOMC가 역레포 금리를 기술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양적 긴축(QT)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