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미국에 넘어와 오랜 기간 지내온 ‘서류 미비’ 이민자들, 이른바 ‘드리머’의 법적 한계에 대해 “(민주당과 함께) 무언가 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공화당은 드리머에게 매우 열려 있다”며 “그들이 미국에 계속 머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6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 인구 일부에 대해 동정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임기에 트럼프는 “드리머들이 추방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시민권 취득을 위한 과정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2018년 백악관에서 “몇 년이 지나 시민이 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라고 했다. 드리머 지지하는 트럼프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든 유권자가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편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기록적인 수준으로 국경을 넘는 불법 체류자들을 경험하면서 이민 축소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대부분 드리머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국경 순찰 요원을 더 고용하고, 국경이 과부하가 걸렸을 때 행정부가 망명 신청을 중단하도록 허용하면서도 어린 시절 불법으로 미국에 온 이민자에겐 시민이 될 기회를 주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출생 시민권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원칙으로 미국 땅에서 태어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트럼프는 “우리만이 이 제도를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이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멕시코 등 30개 이상 국가에서도 출생 시민권을 인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헌법 개정이나 의회 법률이 아니라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출생 시민권 비판자들은 불법 체류자의 자녀에겐 시민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해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란 수정헌법 조항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보수 및 자유주의 법학자들은 1868년 노예 출신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정헌법 14조에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으로 간주되는 것이 분명했다고 주장한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실장을 지낸 월터 델린저는 “외국 대사, 적대국 외국인 자녀 등을 제외하고 외국인 부모의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자녀는 자연 출생자”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제임스 C 호 판사는 “메이플라워호 승객 후손보다 서류 미비자의 자녀가 더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출생 시민권 폐지 역효과 우려트럼프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성공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범죄 전력이 있는 외국인을 우선 추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출생 시민권 폐지는 트럼프의 목표와도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으로 시민권자가 되는 아이들은 앞으로 부모처럼 불법 체류자로 간주될 것이고, 불법 체류 인구 규모는 수백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서류 미비 부모 자녀를 포함해 출생 시민권을 그대로 두는 것이 도덕적으로 타당하며, 트럼프가 드리머를 수용하는 사례와도 비슷하다. 왜 부모의 죄로 자녀를 처벌하려 들까?
원제 ‘Trump’s Misguided Attack on Birthright Citizen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