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 '세컨드 브랜드'로 틈새 찾는다

입력 2024-12-13 16:48
수정 2024-12-14 02:05
통신사업자가 기존 브랜드와 별개로 저가·온라인 요금 상품을 판매하는 ‘세컨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30세대 등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젊은 세대 공략에 효과적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요즘 해외에선 통신사업자가 세컨드 브랜드를 두는 일이 흔하다. 세컨드 브랜드를 통해 기존 통신사가 미처 공략하지 못한 ‘회색지대’ 이용자를 확보한 사례가 주목받으면서다. 세컨드 브랜드는 대형 통신사 메인 브랜드와 동일한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저렴한 요금제와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세컨드 브랜드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한 대표 통신사로는 영국 O2가 첫손에 꼽힌다. O2의 자회사이자 세컨드 브랜드인 ‘기프가프’는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한다. 기프가프는 저렴한 통신 상품과 특색 있는 커뮤니티로 유명하다. 기프가프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선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토론, 정보 공유가 이뤄진다. 활동량에 따라 포인트를 받고, 이 포인트를 통신비 결제에 쓸 수 있다. 재미와 보상을 함께 제공해 젊은 이용자를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2021년부터 세컨드 브랜드 ‘라인모’를 운영 중이다. 라인모는 플랫폼과의 협업을 시도하며 자리 잡았다. 라인모 이용자에겐 현지 메신저 ‘라인’ 이모티콘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주요 상품 중 하나인 ‘라인 기가프리’는 라인을 통해 채팅, 전화 등을 이용할 때 쓰는 모든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

세컨드 브랜드는 통신사로선 매장 운영 고정비를 들이지 않고도 충성 고객을 끌어올 기회다.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는 가입부터 모든 이용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세컨드 브랜드에 접근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성공 사례 나올까국내에선 아직 세컨드 브랜드의 입지가 크지 않다. 지난해부터 세컨드 브랜드를 내놓는 통신사가 등장했다. 당장 폭발적인 반응은 없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며 시장 형성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너겟은 관련 업무를 100% 모바일로 처리하는 세컨드 브랜드 플랫폼이다. 매월 데이터 제공량을 원하는 만큼 고르고, 데이터가 남으면 환급받는다. 이 회사는 단순히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주 방문하고 싶은’ 브랜드 플랫폼이 되겠다는 차별화 전략도 세웠다. 너겟은 최근 뉴닉, 퍼블리, 주말토리 등 콘텐츠 플랫폼과 협업해 매주 이용자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지속 제공하며 존재감을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KT는 올해 출시한 3만원대 온라인 전용 요금제 브랜드 ‘요고’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을 결합한 ‘요고 시즌2’를 내놨다. 월 3만원부터 5만5000원까지 모든 요금제에 OTT 혜택을 기본 제공한다. KT 관계자는 “이용자 혜택 확대 등 내년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통신 3사 중 세컨드 브랜드를 두지 않은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관련 수요 및 시장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에선 가격만 낮춘다고 이용자가 몰리지 않을 것”이라며 “커뮤니티, 플랫폼 등 차별화로 성공한 해외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