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애경산업에 부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추가 분담금'을 다시 계산한다. 애경산업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다.
13일 환경부는 애경산업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제소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 추가 분담금’ 부과처분 취소청구와 관련해 애경의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고, 애경산업의 추가 분담금을 다시 계산해 재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애경·옥시 등 기업 18곳에 총 1250억 원의 분담금을 나눠 부과했다. 분담금은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에게 부과·징수하는 금액이다. 징수된 분담금은 피해자의 치료비와 생활수당 등에 쓰였다.
분담금이 소진되자 환경부는 지난해 2월 가습기살균제 판매·제조 기업 총 23곳에 같은 금액의 분담금을 한 번 더 부과했다. 이에 따라 애경은 107억 4000여만 원을 추가 분담금으로 냈지만 "앞으로 더 분담금을 낼 수 없다"며 지난해 5월 추가 분담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내고 동시에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애경은 법원에서 "특별법에 추가 분담금의 총액과 부과 횟수 등이 정해져 있지 않은 등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신뢰보호원칙위반, 부담금관리기본법 위반, 부담금 액수 결정상 재량권 한계 일탈 등을 주장했다. 또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소급입법금지 원칙 등에 위배돼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했다.
법원은 “분담 비율을 정하는 절차가 준수되지 않아 재량권 행사를 일탈했다”며 애경의 주장을 인용하고 부담금 부과를 취소했다. 특별법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복수 사업자가 있는 경우 분담 비율에 따라 공동으로 부담금을 납부하게 돼 있다. 해당 가습기살균제는 에스케이케미칼이 제조 사업자고 애경산업이 판매 사업자다. 하지만 이들 간 분담 비율을 정하는 절차가 준수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추가 분담금 부과 처분에 대해 절차상·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애경산업의 주장은 대부분 배척했다"며 "추가 분담금 제도 자체의 헌법적·법률적 타당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추후 공동 분담 사업자인 애경산업과 에스케이케미칼이 납부해야 할 추가 분담금의 분담 비율을 다시 계산한 뒤에 절차를 거쳐 부과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13일 기준으로 특별법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5810명이며, 이들에게 총 1717억 7500만 원이 지원됐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