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NOW]2박3일 나가노여행

입력 2024-12-13 12:48
수정 2024-12-16 17:35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눈의 마을 ‘나가노’]
나가노 출장을 간다는 소식에 한국에서 후배가 날아왔다. 남은 연차도 소진할 겸 선배와 동행하겠다고 한다.
밤 비행기로 오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리타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늦은 밤 공항근처 천연온천이 있는 호텔에서 하루를 지냈다.

(1일차)
나리타 공항 인근 출발
한국의 4배 크기인 일본이라 치바현 나리타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 나가노시 까지는 4시간정도 소요된다. 조식 먹고 출발하다 보면 가는 데만 반나절 이상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7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우동으로 브런치를 먹고 나가노시에 도착했다. 맑았던 관동지방은 나가노에 진입하자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다가 눈으로 변해 내렸다. 이 지역 첫눈이라고 뉴스가 나온다.


젠코지 도착
첫번째 여행지는 나가노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644년 창건된 고찰 젠코지.
본존(불상)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일광삼존 아미타여래(一光三尊阿?陀如?)”이며 절대 공개하지 않는 비불(秘像)로 552년 백제의 성왕(聖王/聖明王:일본식 표기)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젠코지 절 주변에는 39개의 작은 독립적 사찰이 있어 이곳 주지 스님들은 매일 아침 젠코지에 들어와 참배를 한다. 절 가운데는 공예품을 만드는 곳이나 참배자를 위해 숙박을 겸하는 일종의 “템플스테이”도 있다.


나가노현립 미술관
젠코지 본당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시로야마 공원 내 현립 미술관이 있다.
‘랜드스케이프 뮤지엄’이 컨셉으로 공원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조화를 이루며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 이다. (작품 관람의 경우 유료)


나가노의 밤 풍경
나가노는 바다가 없는 몇 안돼는 현이라서 민물 생선과 말고기 그리고 신슈소바와 갓의 일종인 노자와나츠케가 유명하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먹기 위해 찾은 곳은 나가노역 건너편 향토음식 전문 이자카야를 찾았다.

단품 메뉴도 있지만 가장 인기 있다는 5천엔 코스 메뉴로 술도 무제한 2시간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 식사로 미니 우나기동(장어 덮밥)까지 나오는 바람에 도쿄 물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는 최고의 식사.

(2일차)
눈과 마주치다.
아침에 눈을 뜨니 눈발이 강해졌다. 원래 계획은 400년 이상의 삼나무길이 있는 ‘토가쿠시 신사’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일반타이어는 위험하다며 호텔 종업원이 만류한다. 하필 나가노 첫 눈이 오늘이 될 줄이야.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해 두번째 코스인 마운틴 리조트 ‘하쿠바 이와타케’로 향한다. 이곳은 한여름에 방문해도 만년설을 조망할 수 있는 스키 리조트로 가는 길이 비교적 평지다. 나가노 날씨는 터널을 한 개씩 통과할 때마다 차이가 심했다. 결국 하쿠바나가노 유로도로 터널을 통과 후 바닥에 쌓이는 눈을 보고 여기도 포기한 뒤 근처 ‘미치노 에키(길 위의 역/일본 국도의 휴게소 개념)’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계획을 수정했다.

저녁 숙소로 예약한 ‘타자와 온천’에 전화를 하니 그곳은 다행히도 눈이 안 왔다는 소식을 듣고 료칸이 있는 도쿄방향의 나가노현 마츠모토시를 가기로 했다.

마츠모토시
1504년 축성된 마츠모토 성은 마츠모토시의 대표적 관광지다. 성 주변은 깨끗하게 정비됐으며 도시 전체가 매우 깨끗하고 예쁘다. 성 주변까지는 휠체어를 이용해 관광 가능하나 성 내부는 계단의 경사가 급하고 좁아 보행 불편자는 관람이 불가능하다.

성을 나와 시내 쪽으로 조금 걸으면 ‘나와테도리 상점가’가 있는데 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상점가로 강 건너편에는 음식점 등이 있는 ‘나카마치도리’가 있다.
점심은 관광정보센터에서 추천해준 신슈소바로 가볍게 먹고 숙소로 향했다.

타자와 온천
이 지역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녹색창에 검색해도 후기 한건 안 나오는 로컬온천지역이다.
북적이는 게 싫고 피크철이라 예약하기 힘들 때, 가성비 좋은 료칸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1496년 창업해 11대째가 운영중인 료칸 ‘마스야’의 가장 오래된 건물은 에도시대 후기에 건축됐고 지금의 건물은 메이지시대 초기에 건립된 노포 료칸으로 메이지시대 시인이자 소설가인 ‘시마자키 토우손(島崎藤村)’이 집필을 위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당일 악천후를 뚫고 온 덕분인지 사장께서는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며 가장 좋은 방을 내 주셨는데 료칸 곳곳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심상치 않다. 온천 대욕장으로 가는 길은 센과 치히로가 걸었던 애니메이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으로 한걸음 옮길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음은 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교토 니조성의 복도를 걷는 느낌이다. 온천수 역시 진한 유황냄새와 탄산이 피부에 달라붙으며 미끄러운 촉감.

저녁식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고 식당으로 향했다. 거품이 듬뿍 쌓인 생맥주를 내오면서 식전 술로 무엇을 마실 것인지 꼼꼼하게 전화로 확인했던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500여년 11대째를 이어오며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포 장인정신이 맥주 거품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나기 등 풍부한 재료가 들어간 계란찜과 잉어, 송어, 말고기 회의 식감은 도쿄 긴자의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좋았다.
전통이 깃든 건축물에 한번 놀라고 정성스러운 음식에 또 한번 놀라고, 블로거나 SNS를 보며 고른 것 보다 긴 일본 생활의 ‘촉’으로 선택한 자신에게 박수를 쳤다.

(3일차)
가루이자와
귀경길 도쿄 부자들의 별장지 ‘가루이자와’를 들렸다. 일본을 대표하는 휴양지 가운데 한곳으로 존레넌이 묵었던 호텔부터 럭셔리한 호텔과 웨딩장소가 많다. 가루이자와에 표시된 교회들은 거의 웨딩홀이라 생각하면 된다.
삼각형 건물로 유명한 가루이자와 고원교회를 찾았으나 결혼식이 있어 출입 금지. 이곳은 호시노리조트의 결혼식 홀이다.
반면 성바오로 카톨릭 성당은 언제든 견학이 가능하며 실내도 들어갈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10분 이내로 주차 후 관광도 가능하다.
성당에서 나와 가루이자와역 방향으로 향하면 ‘가루이자와 긴자’ 상점거리가 있고 다양한 종류의 레스토랑이 많이 있다.

나가노현에서 군마현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위치한 ‘시라이토폭포’도 가루이자와의 유명 관광지다. 지하나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용수를 이용해 만든 인조폭포로 물이 흘러내릴 때 하얀 실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실의 폭포(白?の?)」라고 부른다.

[여행 메모]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가능했던 2박3일(일본 내 일정)간의 나가노 여행.
도쿄 날씨와 격차가 있어 이 시기에는 반드시 스노우 타이어가 있어야 하며 한국에 비해 해가 짧아 일찍 어두워지고 관광지도 오후4시 정도면 Close 되는 곳이 많다. 젠코지 : 주변에 유료주차장 많으며 휠체어OK , 대여소도 있음. 나가노현립미술관 : 휠체어대여소 있음, 휠체어OK 마츠모토성 : 외관관람 휠체어OK, 내부는 휠체어 불가/ 입장료 700엔 가루이자와 시라이토폭포 : 주차장 무료,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약150m, 휠체어 가능하나 약간의 경사가 있음.글=Cona KIM(JAPAN NOW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