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교역국들을 상대로 환율 조작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세 폭탄’ 정책을 펴면 중국 등 국가가 자국 통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미국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다만 “현재까지는 환율을 조작하려는 시장 개입 사례가 없다”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통화도 없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은 로이터통신이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관세 부과에 대비해 내년에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직후 나왔다. 이에 옐런 장관이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와 당국의 외환 정책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중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놨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현재 달러당 7.25위안 수준인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7.5위안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이 낮아져 관세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 적자 비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급준비율·금리 인하 방침도 이어가기로 했다.
12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당정은 11~12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례 회의인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지도부는 “내년에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재정 적자 비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과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재정 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해 적시에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도 금리를 인하하며 자국 통화 약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기준금리를 연 3.4%에서 연 3.15%로 인하했다. ECB는 지난 9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6%포인트, 0.25%포인트 내렸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올 들어 다섯 번째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모든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이 “매우 파괴적이며 큰 불확실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다연/김은정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