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공동 성명을 통해 “탄핵이 아니라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지 1주일 만이다.
이처럼 입장이 바뀐 데 대해 그는 “대외신인도가 추락했고 국민경제는 어려워지고 있어 경제 상황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결정은 당론으로 해야 한다”며 “당은 이런 국가적 사안 앞에서 하나여야 하고 분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 정무라인은 14일 예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오 시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할지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메시지를 낼지, 낸다면 어떤 방향으로 낼지 등을 놓고 참모들 간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며 “이를 모두 들은 오 시장이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온라인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
오 시장이 글을 올린 지 불과 30여 분 만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의견을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 관계자는 “한 대표와 사전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 대표가) 공개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사실은 전날부터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며 “당내 중진이자 4선 서울시장으로서 현 시국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광역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한목소리를 냈던 단체장들도 이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풍전세류(風前細柳)’라는 말이 있다. ‘바람 앞에 수양버들’이란 뜻으로, 지조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을 이를 때 하는 말”이라며 “제발 초지일관하자.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지 말자”고 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은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한다”면서도 “이는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가 아니라 인천시장 유정복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