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는 공실이 많다 보니 작년 말보다 전용면적 33㎡짜리 월세가 10만~20만원 정도 낮아졌어요. 그래도 찾는 사람이 없네요.”(서울 가락동 A공인 관계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입주 6년이 됐지만 지하상가 30여 곳이 공실로 남아 있다.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내 새 아파트 단지에도 텅 빈 상가가 수두룩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소비 패턴 변화 등이 겹쳐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경매 시장에는 장기 공실로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한 단지 내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 3분기 기준 10.08%로 집계됐다. 1년 전(9.38%)보다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경북 지역 공실률이 26.42%로 가장 높았다. 네 곳 중 한 곳이 비었다는 얘기다. 전남(23.21%) 울산(19.99%) 제주(16.35%) 충북(14.75%) 세종(14.7%) 등이 뒤를 이었다. 일반적인 형태의 집합 상가 투자수익률은 전국 평균 1.20%(3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투자수익률은 해당 분기 상가 운영에 따른 임대수익과 상가 매매가 등락에 따른 자본수익률을 합산한 개념이다.
신축 대단지 아파트 상가는 한때 안정적 배후 수요를 확보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주목받았다. 임대수익률이 높고 집값과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해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몇 년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위주로 소비 패턴이 바뀐 데다 분양가와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아파트 상가조차 공실이 잇따르고 있다.
경매 시장에는 공실과 대출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상가가 쌓이고 있다. 유찰이 거듭돼 반값 이하로 떨어진 단지 내 상가가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 A단지 상가 전용 33㎡짜리는 지난달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5억5000여만원)의 반값 수준인 2억4500여만원에 매각됐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지 내 상가는 편의점, 세탁소 같은 생활밀착형 업종이 많은데도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도 높은 분양가와 경기 침체로 상가 공실률이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