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전통과 현대가 빚어내는 독특한 조화다. ‘천년고도’ 교토의 고즈넉한 정원 정취를 맛보거나 물길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오사카에서 역동성을 느끼는 순간 이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행객을 매료시킨다.
오사카와 교토의 매력을 더해 주는 것은 호텔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객을 맞는 수천여 개 호텔이 제각각 매력을 뽐낸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이 가운데 포시즌스도 있다. 포시즌스는 세계 각지에서 각 지역의 독특한 지역색을 잘 살리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을 극대화한 곳으로 유명하다. 교토와 오사카에 있는 포시즌스는 특히 일본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잘 융합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일본 간사이 지역 대표 호텔인 포시즌스의 매력을 알아봤다. 오사카의 새 얼굴, 포시즌스 오사카
일본 서부의 상업·문화 중심지인 오사카는 ‘물의 도시’로 불린다. 도지마강과 수로가 도시를 관통하며, 오사카만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이다. 이런 오사카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지난 8월 새롭게 문을 연 포시즌스 오사카는 일본의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한 럭셔리 호텔이다.
포시즌스 오사카는 일본 건축회사 니켄세케이가 설계한 ‘원도지마’ 복합빌딩 내에 자리 잡고 있다. 호텔 객실은 28층부터 35층에 있다. 148개 객실과 27개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다. 모든 객실은 넓은 창을 통해 도시와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객실은 자연스러운 목재와 석재 마감, 부드러운 색조의 인테리어로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28층에는 현대적인 료칸 개념의 ‘겐스이 플로어’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다다미 바닥과 슬라이딩 도어, 일본식 침대 등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구현했다. 라미 세이스 포시즌스 아시아·태평양 호텔운영 총괄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오사카는 포시즌스가 지향하는 럭셔리 서비스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고 했다.
이 호텔은 오사카 중심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도보로 5~10분 거리에 우메다와 오사카역이 있어 한큐·한신·다이마루 등 주요 백화점과 고급 레스토랑, 미술관, 갤러리를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주요 관광지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과 오사카성 역시 지하철과 버스를 통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포시즌스 오사카는 도심에 있는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36층 전체를 웰니스 공간으로 활용해 투숙객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이 공간에는 5개의 전용 마사지룸과 오사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16m 길이의 실내 수영장이 포함돼 있다. 특히 스파의 대표 프로그램인 ‘고묘 라디언스 트리트먼트’는 일본의 역사적 인물 코묘 황후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나라 시대의 쇼무 천황의 황후였던 고묘 황후는 자비와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병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 시설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 트리트먼트는 고묘 황후의 정신을 담아 몸과 마음에 밝음과 활력을 되찾아주는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호텔 내에는 6개의 레스토랑과 바가 마련돼 있어 미식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대표적인 레스토랑 ‘장난춘’은 중국의 정통 광둥 요리를 선보이며, 세미 프라이빗 다이닝룸에서 특별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프랑스식 브런치와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는 ‘자르뎅’, 간편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1층의 ‘파린’과 차 라운지도 투숙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전통 속 현대 럭셔리, 포시즌스 교토포시즌스 오사카가 ‘신상 호텔’이라면 포시즌스 교토는 교토의 ‘선구자적 럭셔리 호텔’ 역할을 한다. 2016년 포시즌스가 들어선 뒤 리츠칼튼, 아만, 파크하얏트 등의 럭셔리 호텔이 뒤따라 교토로 몰려왔다.
포시즌스 대부분이 각 지역의 특색을 잘 반영하지만, 포시즌스 교토는 특히 그렇다. 흔히 한국인에게 ‘일본의 경주’로 불리는 교토의 전통을 호텔 곳곳에 녹여냈다. 호텔 중심에는 800년 된 샤쿠스이엔 연못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유서 깊은 사무라이 가문이 소유한 연못을 그대로 호텔 시설물로 살려냈다. 연못 주변을 걷다 보면 잉어와 거북, 백로와 같은 동물을 볼 수 있다.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이 연못은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호텔은 110개 객실과 13개 스위트룸, 가족 단위 장기 투숙객을 위한 57개 레지던스를 갖추고 있다. 객실 내부는 일본식 다다미 바닥과 현대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호텔 입구도 인상적이다. 교토를 상징하는 나무 중 하나인 대나무 숲을 가로질러 호텔에 도달한다. 교토의 주요 관광지인 ‘아라시야마 치쿠린’의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레스토랑과 찻집도 전통적 미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스시 긴자 오노데라에선 정통 에도 스타일의 스시를 제공한다. 연못을 사이에 두고 호텔 빌딩을 마주 보는 찻집 ‘후주’에선 전통 방식의 마차티를 판매한다. 마차티는 녹차잎을 분쇄한 말차를 이용한 음료다. 또 사케와 샴페인 등 간단한 주류도 판매한다. 고즈넉한 연못에서 말차, 또는 사케를 마시고 있으면 어느 시대에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다.
이 호텔의 대표 레스토랑 ‘엠바 교토 찹하우스’에서도 통창을 통해 연못의 풍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호텔 조식이 제공되는 이 레스토랑은 아침에 일반 호텔 뷔페뿐 아니라 벤토 형태의 일본식 조식까지 선택할 수 있다. 연령대가 높은 이들에게 벤토 조식은 특히 인기가 있다.
호텔 지하 2층에는 20m 길이의 실내 수영장이 있다. 지하인데도 자연 채광이 들어오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다. 스파는 일본 전통 치유 방법을 활용한 다양한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