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스모킹 건’ 된 비화폰…증거 확보 여부 '안갯속'

입력 2024-12-12 14:37
수정 2024-12-12 14:50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군 지휘부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내릴 때 이용됐다고 알려진 ‘비화폰’(도청 방지 휴대전화)이 내란죄 수사의 핵심 증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화폰을 수사당국이 확보하더라도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비화 폰에는 강력한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포렌식 가능 여부가 불투명해서다.

1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은 제각각 수사고위공직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국회에서 밝힌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해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계엄군 지휘부가 관련 지시를 비화폰을 통해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화폰 확보 여부가 내란죄 수사의 ‘스모킹 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비화폰은 대령급 이상 군 지휘관이 사용하는 도청 방지 스마트폰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국방부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직위 해제 직후 수거됐다’고 밝힌 비화폰에 대한 임의제출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비화폰을 압수하더라도 증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비화폰에는 녹음 기능 차단 등 다양한 보안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포렌식이 불가능하다. 비화폰은 ‘종단 간 암호 알고리즘’을 적용해 중간에서 통신이 탈취되더라도 해독이 불가능하고, 과거 통신 내용을 숨기는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과 관계자는 “수사 당국의 협조 요청이 들어온다면 포렌식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비화폰에 어떤 보안 기술이 적용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설계 방식에 따라 군 비화폰이 해독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보안업계의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군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비화폰의 모든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국방부가 수사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내란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신속히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다르면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용하는 업무폰은 비화폰이 아닌 일반 전화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3시간 전에 관련 지시를 받았고, 비상계엄 당시엔 ‘국회의원을 끌어내란 지시의 전화로 6차례 받았다’고 경찰 국수본 특수단에 진술한 것으로 전날 전해졌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