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Swift : The Eras Tour]가 남긴 것들
The End is The Beginning is The End
뮤지션이 인기를 끌고, 트렌드를 만드는 건 꽤 된다. 인기를 계속 유지하면서 창작력도 함께 상승하는 건 드물다. 그런데, 이 두 경우를 모두 충족하면서, 등장하는 곳마다 사람과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유일하다.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Taylor Swift : The Eras Tour), 이하 '디 에라스 투어')]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아티스트가 되었고, 팝 음악계를 넘어 우주대스타 자리에 올랐다.
2024년 12월 8일 '디 에라스 투어'가 막을 내렸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3년 3월 17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5개 대륙에 걸쳐 149회의 공연을 마쳤다. 작곡, 프로듀싱, 공연 무대, 뮤직비디오, 스튜디오 작업 전반에 걸쳐 테일러 스위프트는 항상 근면 성실하고, 창의력이 샘솟으며, 무엇보다 팬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아티스트이다.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책임감과 자신감도 있다. 실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약 1년 8개월 동안 테일러 스위프트가 '디 에라스 투어'를 통해 남긴 흔적들을 숫자로 살펴보고, 숫자 이면에 숨겨진 그의 음악과 태도를 N차 관람 리뷰로 다뤘다.
Big Reputation… 숫자로 본 '디 에라스 투어'
● 공연 횟수 : 총 149회 (5개 대륙, 총 53개 도시)
● 공연 티켓 판매 수익 : 약 21억 6,000만 달러 (약 3조 1,000억원, 회당 약1,300만 달러)
● 머천다이징 포함 투어 전체 수익 : 약 41억 달러 (약 5조 7,500억원)
● 비주얼, 사운드, 크루 등 프로덕션 비용 : 1억 5,000만 달러 (약 2,150억원)
● 투어 물류 비용 : 약 3,000만 달러 (약 428억원, 회당 약 19만 달러)
● 헤어스타일리스트 및 메이크업 비용 : 약 45만 달러 (약 6억 4000만원, 회당 약 3,000 달러)
● 투어 크루, 스탭 인센티브 (총 2회) : 2억 5,200 백만 달러 (약 3597억원)
● 티켓 1장당 평균 가격 : 238 달러 (약 34만원)
● 최고가 티켓 : 3,071 달러 (약 438만원 / Indianapolis, Lucas Oil Stadium 공연)
● 지역 경제 효과 (호텔, 의류판매, 대중교통 등) : 약 100억 달러 (약 14조원)
● 테일러 스위프트 관련 주식 수익율 (투어 시작 가격 ▶ 종료 가격) :
[공연기획] 라이브 네이션 엔터테인먼트 : 66.34 달러 ▶ 136.76 달러 (+ 106%)
[소비재] 코카콜라 컨솔리데이티드 : 486.19 달러 ▶ 1,290.72 달러 (+ 186%)
[음원 저작권]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 : 7.7 달러 ▶ 12.5 달러 (+ 62%)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파이 테크놀로지 : 127 달러 ▶ 498.6달러 (+ 292%)
N차 관람 리얼 후기
'디 에라스 투어'의 비싼 티켓 가격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전략과 솔루션
'디 에라스 투어' 관람 전까지만 해도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취향을 운운하자면,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쉘백 (Shellback) 콤비가 만든 사운드는 거의 믿고 듣는 편이라 테일러의 앨범 중 이들이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한 <1989>, <Reputation> 등을 열심히 들었다.
아시아 투어 소식과 함께, 2023년 10월 즈음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티스트에게 팬덤, 아이콘, 트렌드 정도의 수식어가 붙는 것은 종종 보았어도 '경제’가 붙은 아티스트는 살면서 딱 두 명이었다. 마이클 잭슨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
이 어마어마한 현상을 실시간으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비싼 티켓 가격에 '디 에라스 투어' 관람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직장인 월급으로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스위프티(테일러의 '찐팬')가 아닌 이상 부담되는 일이었다. 티케팅 또한 치열해서 '디 에라스 투어'를 보려면 비용을 더 지불하고 비아고고(Viagogo) 등 리셀사이트를 통해 공연표를 얻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약 사항에도 불구하고,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그래! 경제. 맞다! 자본주의. 그때 즈음에 약 10일 동안 테일러 스위프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식들을 찾았다. 미국 주식 중 약 50여개의 종목들을 분석했고 관련 주식들에 투자해, 수익으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을 보겠다고 결심했다. 테일러의 음원을 유통하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텐센트, 스포티파이 그리고, 라이브 네이션 등이 매력적인 가격이었고 과감히 투자했다.
운 좋게도 2024년 2월부터 모두 의미 있는 수익을 내주었던 터라 티켓, 교통, 호텔비까지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만들었고, 나에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리란 생각에 N차 관람을 결심했다. 도쿄와 싱가포르가 접근성 및 일정에 무리가 없기에 도쿄 공연 2회, 싱가포르 공연 2회 관람을 시도했다.
… Ready For It?
149회의 공연,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었던 아티스트
테일러는 도쿄돔에서 2월 7일부터 2월 10일까지 총 4회 공연했고, 싱가포르 스타디움에서 공연 3월 2일부터 3월 9일까지 총 6회 공연했다.
공연 기간에 도쿄에서는 시부야, 롯폰기, 아자부다이 힐 등 주요 지역의 스피커가 있는 모든 곳에서 테일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시부야의 모든 가로등에 테일러의 배너를 걸어 세계 음반시장 2위 나라에 걸맞은 환대를 했다. 싱가포르 역시 오차드, 마리나 베이 등 주요 지역과 방문했던 모든 상점에서 테일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도쿄 돔은 2회차, 3회차의 공연을 보기로 했다. 월드투어의 경우 첫날 공연은 사운드나 무대, 아티스트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가급적 그 공연은 피한다. 공연 시작 시간은 18시.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아티스트면 무대와 자신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공연을 시작한다는 핑계로 정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마돈나 2시간 30분, 카니예 웨스트 2시간, 위켄드 40분, 샘 스미스 30분 등 마치 유명세와 지각은 비례하는 것 마냥 암묵적으로 3-40분 정도는 아티스트의 시간으로 간주되곤 했다. 공연만 끝내주면 되니까. 하지만, 팬들과의 시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테일러는 모든 공연을 정시에 시작했다.
테일러는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노래 'You Don’t Own Me'로 '디 에라스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데, 이때 화면에 시계를 등장시킨다. 도쿄가 18시, 싱가포르가 19시 공연 시작이었는데, 'You Don’t Own Me'가 도쿄에서는 각각 17시 53분과 17시 55분, 싱가포르에서는 18시 56분과 18시 55분에 시계 화면과 함께 울려 퍼졌다. 다른 공연에서도 테일러는 공연 시작 시간에 절대 늦지 않았다.
"It’s been a long time...”
앵콜이 필요 없는 공연
평균 약 45곡 공연, 평균 러닝 타임 3시간 15분, 빠른 무대전환
러닝머신에서 매일 뛰면서 노래하는 트레이닝의 결과
<i>"'디 에라스 투어'에서 앨범마다 자체의 챕터와 세계를 가질 거에요. 저는 각 에라를 음악, 스타일 그리고, 미학적으로 완전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마치 하나의 타임캡슐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죠.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를 환영하고 함께 기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i> - The Eras Tour Book 서문 中
코로나 기간에 투어를 할 수 없었던 테일러는 그의 창작욕을 이번 '디 에라스 투어'에 쏟았다. 그동안 발표했던 앨범들 <Lover>, <Fearless>, <Evermore>, <Reputation>, <Speak Now>, <Red>, <Folklore>, <1989>, <Midnight> 순으로 공연이 진행됐다. 심지어, 24년 4월에 '디 에라스 투어' 중 새로운 앨범 <The Tortured Poet Department>를 발표했는데, 이후 공연부터는 새 앨범의 노래도 업데이트해서 공연했다. 그러니까, 총 10개의 앨범을 콘셉트를 잡아 공연으로 구성하고, 라이브로 노래한 것이다.
테일러는 총 149회의 공연 동안 평균 44곡을 노래했고, 약 3시간 15분을 공연했다. K-pop 공연의 경우, 무대 전환에 의미 없는 영상이나 이야기로 러닝타임을 잡아먹는 경우가 허다한데, 테일러는 앨범 콘셉트에 맞는 의상, 무대, 화면, 스탭의 동선 등 이 모든 것을 수학 공식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게 순식간에 전환시켜 버렸다. (시간을 재어보니 총 공연 시간 동안 무대 전환에 사용한 시간이 9분 15초 정도였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디 에라스 투어'에서 자신의 재능과 끼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지치지 않는 열정과 체력 그리고 유쾌함까지 보여줬다. 팬들의 환호와 함께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더 에너지를 얻는 아티스트 같았다. 노래와 춤에도 실수나 엇나감이 없이 철저한 준비로 무장한 아티스트였다. 이는 매일 러닝머신에서 3시간씩 뛰면서 노래하고, 춤 연습도 열심히 하면서 스탭들과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이기도 했다.
공연장에는 할머니, 딸, 손녀 3대가 같이 온 관객군도 많았고,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았다. 엄마와 딸이 모두 스위프티인 경우가 많아 공연 내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디 에라스 투어'의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기도 했다.
Anti-Hero
우주최강 아티스트가 보여준 품격
테일러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성공했음에도 근면 성실하며, 음악을 대하는 자세와 접근 방법 또한 창의적이다. 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대하는 것 또한 진심이다. 그는 작년 12월 투어 중에 함께한 스탭들에게 보너스를 5,000만 달러 지급하였고, 투어가 끝나자마자 투어 수익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인 1억 9,700만 달러를 그동안 수고한 스탭들에게 나눠줬다. 이 중에는 트럭 운전사, 엔지니어 등도 포함된다. 성공한 사람들은 무엇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테일러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디 에라스 투어'를 경험한 후 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단 한 명의 위대한 아티스트를 넘어 삶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게 하는 자극점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스위프티가 느끼는 것처럼.
<i>"… 우리는 부서진 마음으로도 계속 공연을 할 거예요. 행복을 만들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무대를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콘서트에 오기까지 시간, 노력, 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해요. ?한없이 잔인해질 수도 있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공연을 계속할 겁니다. 단 하룻밤만일지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일생일대의 영광일 거예요.” </i>- The Eras Tour Book 서문 中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테일러 스위프트 - I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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