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미 "하루하루가 고문"…40년간 쓴 일기, 책으로

입력 2024-12-12 08:08
수정 2024-12-12 08:09


배우 김수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던 일기장이 공개된다.

김수미가 1983년 30대부터 말년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책으로 12일 출간된다. 유가족은 김수미가 말년에 겪었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온 만큼 안타까운 마음에 일기를 공개했다며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한다고 밝혔다.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배우 서효림 부부는 앞서 김수미가 간간이 삶을 정리 중이었고, 손으로 써둔 원고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알려진 책의 제목은 '안녕히 계세요'였다.

생전 김수미는 스무 권 가까운 저서를 남겼다. 이 가운데에는 에세이집 '그리운 것은 말하지 않겠다'(1987), '나는 가끔 도망가 버리고 싶다' (1993), '미안하다 사랑해서' (1997),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2003)와 소설 '너를 보면 살고 싶다'(1990) 등 문학작품은 물론 요리책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 이야기'(1998), '맘 놓고 먹어도 살 안 쪄요'(2003), '김수미의 이유식의 품격'(2021), '김수미의 김치 장아찌'(2022)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미는 일기에서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다"면서도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제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위치에 있기까지 제 삶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책 출간을 결심한 이유를 적었다.

생전 불거진 법적 분쟁에 따른 스트레스로 솔직하게 전했다. 별세 직전 김수미는 자기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하던 회사와 법적 분쟁을 벌였다. 해당 내용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일기에 언급됐다.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라며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밥맛도,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한 달 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며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태웠다"고 하기도 했다.

수산물 유통회사 A씨 회사는 2021년 12월 나팔꽃F&B에 2차례 꽃게를 납품하고도 총 1억77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이듬해 12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 회사는 비록 꽃게 납품 계약을 나팔꽃F&B가 아니라 수산물 도소매업체인 B사와 체결하긴 했지만, B사의 요청으로 꽃게를 나팔꽃F&B 측에 납품했기 때문에 꽃게 대금도 나팔꽃F&B 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법원은 나팔꽃F&B를 상대로 낸 물품 대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나팔꽃 F&B가 회사 대표이던 정씨를 해임한 뒤 김수미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팔꽃F&B는 김수미도 지분을 보유했던 식품 회사다. 김수미의 '엄마 생각 김치' 시리즈와 '그때 그 맛' 시리즈, '시장 게장' 등을 판매해 왔다. 정씨는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도 이사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미는 이 사건에 대해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오늘 기사가 터졌다. (중략)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등 답답함을 써 내려갔다.

이와 함께 공황장애도 앓았다.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고 고통을 토로하는가 하면,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 불안, 공포, 정말 생애 최고의 힘든 시기였다"는 글도 적었다.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홈쇼핑 출연에 대해서도,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지만, 회사의 압박 탓에 출연한 사실도 전해졌다.

19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해 50년 넘게 쉼 없이 활동한 연기 열정도 드러냈다. 1986년 4월 "목숨을 걸고 녹화하고, 연습하고, 놀고, 참으면 어떤 대가가 있겠지"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수미의 저력을 보여준 영화 '마파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등이 촬영되던 2004년에도 "어제 녹화도 잘했다. 연기로, 70년 만에 다시 데뷔하는 마음으로 전력 질주해서 본때를 보여주자"라고 일기에 적었다.

한편 김수미의 49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