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 "최대한 버티자"는 여당 내 친윤(윤석열)·중진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당 대표가 체포 명단 2번에 있는 것은 괜찮냐"며 사안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한동훈)계 일부가 투표 참여로 돌아선데 이어 윤 대통령이 하야 보다는 탄핵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주 탄핵 소추안 가결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진행 상황을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탄핵과 조기 퇴진 로드맵 모두 문제가 있다며 임기 단축 개헌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대표는 의원들 앞에 서서 "저는 여기서 발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상황은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당 대표가 체포명단 2번에 있는 게 괜찮느냐"며 "여당 아닌가. 여당 대표가 체포 명단에 있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를 향해 "체포 명단에 있는 건 확인이 된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전날 국민의힘은 내년 2·3월 하야, 4·5월 대선을 기초로 하는 조기 퇴진 로드맵을 마련했으나, 친윤계와 일부 중진들은 "너무 빠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조기 하야 보다는 탄핵을 선택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조기 퇴진 로드맵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이번주 14일 탄핵소추안 재표결에서 더 많은 의원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5명의 의원이 이번주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 대표가 '탄핵'이라는 단어를 아직까지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경우의 수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친한계 의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